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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외국인 유학생과의 거리,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승인 [1587호]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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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대학에도 2016년 기준 1,784명이 재학 중이다. 국제화 수준이 높아지고 등록금 수입도 늘어나는 ‘일석이조’ 효과에 많은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 올리고 있다.

 “한국어 잘 모른다. 과제는 번역기를 돌려서 제출한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인해 수업을 듣는데 어려움을 토로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다. 우리대학에서 2년 반 동안 한국어학당을 다닌 중국인 S 군. 우리대학 입학을 위해 입학 기준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을 취득했지만, 강의를 이해하기는커녕 의견 표현조차 쉽지 않다.
또 다른 중국인 L 군의 사정도 비슷하다. L 군의 별명은 Yes맨이다. 팀플 조원이 묻는 말에 ‘좋아요’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자 L 군은 “교재도 이해 못 하는데 자꾸 질문하니깐 그냥 다 좋다고 답해요”라고 답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L 군은 조별과제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됐다. 같은 조원이었던 한국인 학생은 “언어가 안 되니 내용 분석이나 자료 조사도 못 시킨다. 발음이 어눌해서 발표도 빼주다 보니 맡을 게 없다. 그냥 없는 사람 셈 친다”고 답했다. 

TOPIK 3급이 정답은 아니다

한국어 시험을 통과한 유학생들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입학기준인 TOPIK 3급은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 전문 분야에서의 연구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은 5급이다. 게다가 TOPIK시험에 말하기 부문은 포함되지 않는다. 입학 기준을 통과했어도 본교에서의 학습능력과 회화능력까지 보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심지어 일정 기준 이상 영어공인성적(IBT 71, IELTS 5.5, TEPS 600 이상)을 취득했다면 TOPIK 급수 없이도 입학할 수 있기에,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도 가능하다.
많은 수업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토론과 에세이 작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유학생과 한국 학생 모두가 난처한 상황을 겪게 된다.
한국어 학당 교사 박민정 씨는 원활한 대학 생활을 위해서 요구되는 TOPIK 급수를 묻자 “3급으론 어림도 없다. 6급 정도는 돼야 보고서를 원활하게 작성할 수 있다. 외국인 중에서 가장 한국말을 잘하는 편인 조선족조차도 입학하면 교수님의 말씀을 다 못 알아듣는다”고 답했다. 실제 3급 시험지를 보니 문장에 적합한 조사를 찾거나 짧은 지문에 주제를 찾는 수준이었다. 이에 국제처는 “입학 기준은 교육부 권고 사항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난처하긴 교수도 마찬가지다. 유학생이 많이 듣는 강의는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용어 뜻풀이에 소비되고 과제 수준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문과대의 한 교수는 “유학생 눈높이로 설명을 하다 보면 한국어 교실이 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는 한국어 실력도 영어 실력도 부족한 외국인들이 강의계획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수강신청을 하기 때문이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많은 유학생이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시간표를 공유해 같은 과목을 수강신청 한다”고 밝혔다. 본인 역량에 맞는 강의보다 남이 듣는 것을 따라 듣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한 강의를 단체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강의의 질 저하는 물론이며 적은 수의 한국인 학생들끼리의 상대평가로 손해를 보기도 한다. 반면 유학생은 부족한 과목 이해를 바탕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소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도 졸업에 별문제가 없다. 졸업요건은 평점 평균 2.0 이상, TOPIK 4급 취득이 전부기 때문이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교수님도 유학생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 학점만 채우면 되니 별 고민 없이 수강신청 한다. 어떤 과목이든 이해 못 하는 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한 교수는 “유학생이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이 제도적으로 강의계획서를 구체화 시키거나 매 학기 수강신청 전 학과별 혹은 단과대별로 수강신청 상담을 하는 등 각 과목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언어만큼이나 어려운 문화차이

 학생들도 부족한 한국어 능력 외에 여러모로 고충이 많다. 입학 전 유학생들에게 충분한 전공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대학 유학생 입학 안내서에는 ‘경영학부에 영어 강의가 많다’는 단편적인 정보만이 제공된다.
게다가 서류 전형 100%로 연극·미술학부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 지원할 수 있기에 높은 한국어 능력이 요구되는 학과에도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다. 이는 유학생이 대학강의를 이수할 언어 역량이 부족할 시 수강신청을 제한하는 외국의 대학들과 비교되는 점이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로 국문창학부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인 H(국문창14) 양은 “한국어를 배울 생각으로 국문과를 선택했는데 한국어로 소설을 써야 해서 많이 당황했다.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겠나”며 전공 선택 과정에서 정보의 부족함에 대해 토로했다.
유학생 전용 공통교양 과목의 선택폭이 좁다는 의견도 있다. 유학생 전용 교양과목으로는 △한국대중문화이해, △한국의역사와전통 등이 개설돼 있다. 하지만 대학 강의를 이해할 만한 수준의 한국어와 학문적 지식 보다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대학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한 학기에 한번 정기 상담을 하고 성적 경고를 받으면 학습 부진자 상담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유학생들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언어만큼이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문화적 차이다. 미국인 유학생 폴린 제이크나드(경영전문 석사 1학기) 군은 “토론에서 다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거나 교수에게 활발한 질문을 하면 한국 학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교내에서 분리수거를 본국의 방식대로 했다가 ‘개념 없는’ 학생으로 낙인찍힌 유학생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유학 생활 안내서에서 보거나 따로 교육받은 적이 없으므로 유학생들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유학 생활 안내서에는 유학생 보험과 같은 생활안내부터 성적·장학제도 등의 학사안내는 있지만, 유학 중 겪을 수 있는 문제의 대처방법이나 기본적인 문화적 차이의 안내는 없다. 궁금한 사항은 더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한 선배에게 묻거나 국제처로 찾아오라고 했지만, 매번 국제처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유학생의 적응을 돕기 위해 ‘글로벌버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공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짝이 정해지기 때문에 전공에 관한 학사정보를 얻을 수 없다.
한국인 학생이 같은 강의를 듣는 유학생의 학습을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따로 체계적으로 학습지도방법을 안내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김다빈(국문문창15) 양은 “내가 무엇을 가르쳐 주기보다 한국어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해 글로벌버디와 별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논문 작성을 위한 ‘한국어 클리닉’은 오직 대학원 유학생에게만 제공돼 논문이나 리포트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 유학생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한국어 연수과정’은 어학당과 다를 것 없다는 것이 유학생들의 반응이다.

유학생, 양보다는 질

2015년 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 입학기준을 기존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더 많은 유학생이 유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의 가시적인 수치 때문에 명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무조건적인 유치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유학생 교육의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면접을 보면 한국말 구사 능력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며 면접을 폐지한 우리대학과는 달리 경희대의 경우 TOPIK 성적표는 물론, 지원자 평가 항목 중 면접이 50%를 차지한다. 해외체류자들에게는 화상 면접을 실시한다. 경희대 외국인센터에서 외국인 입시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한국어 말하기 능력뿐만 아니라 전공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면접을 하고 있다”며 “면접에서 한국어 회화가 어색하면 탈락시킨다”고 말했다.
연세대의 경우 입학 후, 한 학기 이내에 TOPIK 4급을 취득하지 않으면 한 학기 이수 학점을 최대 12학점으로 제한한다. 또, 외국인들의 한국어 능력 증진과 원활한 융합을 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경희대학교 유학생 C 군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되니깐 한국인 친구 사귀기도 쉽다”며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전했다.
 급속한 세계화가 진행되는 현재, 매년 더 많은 수의 유학생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학우들이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생의 유입에 회의적이다. 이는 우리대학의 유학생 제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제처는 “외국인의 학업·생활 태도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것은 미정이다”는 입장이다.
 우리대학이 돈만 내면 졸업장 주는 소위 ‘학위 자판기’라는 오명을 얻지 않기 위해선, 외국인 학생 입학에 현실성 있는 자격 조건과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의 갈등을 씻어내고 유학생과의 공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의 제도 개선이 선결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다름 기자, 오솔미, 엄재식, 서민서 수습기자 dgupress@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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