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적신호 한반도 ... 서울은 안전한가

 

작년 6월 국민안전처에서 ‘지진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예측 모델’ 보고서를 내놓았다.  서울 중구 필동 남남서쪽 0.83㎞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강남구로, 규모 7 지진의 발생 시 사망 16만 명, 건물 손실비용은 28조원으로 추정됐다.

2016년 9월 12일 대한민국은 문자 그대로 ‘들썩였다’. 관측 이후 최고 리히터 규모인 5.8의 경주 대지진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공포와 불안감을 안겼다.
서울시는 지진대비 긴급 구조훈련, 내진성능 자가점검 시스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작년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지진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올해 초 서울시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들을 발표했다. 대국을 마친 바둑기사가 복기 하듯, 본지는 서울시가 시행해온 지진 대비 방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시 내진설계비율 현황.

우리가 밟고 서있는 땅, 서울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보편적인 이론은 ‘판 구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지구를 구성한 20여 개의 ‘판’이 움직이면서 갈라지거나 미끄러질 때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를 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의 지반, 즉 땅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지반이 연약한 퇴적물로 이뤄졌는지, 단단한 암반인지에 따라 내진 설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조물-지반 상호작용’은 대다수 국가에서 모델법으로 채택하는 국제건축법의 중요 내용 중 하나다.
서울시의 지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평지와 구릉 지대는 가장 단단한 변성암인 편마암과 편암으로, 산악 지대는 대체로 화강암이 지반을 구성하고 있다. 하천과 저지대는 비교적 연약한 충적층(퇴적층의 한 종류)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아래 잠자는 도화선


최근 움직였거나 앞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 역시 지진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지진 발생 지역의 대부분은 양산단층, 추가령단층, 옥천단층 등 활성단층 주변에 집중돼있다.
지진발생지역 통계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81차례(6월 9일 기준)의 지진 중 약 53%는 경주를 비롯한 영남지역에서 발생했다. 작년 경주 대지진의 여진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활성단층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 역시 “영남지역이 양산단층 주변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진이 집중된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시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추가령단층대(지질학적으로 규모가 가장 큰 1등급 단층)’가 우리나라 서북부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령단층대는 북한과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형성돼있고 양산단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 발생이 적었다. 연구조차도 최근에서야 구체적으로 시작된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아직도 부족한 내진설계


우리나라는 건축물 내진설계를 의무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내진설계보다는 비용 절감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1977년 속리산과 홍성에서 잇달아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지진과 1985년 멕시코에서 일어난 규모 8.1 지진으로 내진설계의 필요성을 외치는 국민들이 늘어났고, 1988년에서야 내진설계가 의무화됐다.
당시에는 내진설계 기준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에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정부는 꾸준히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을 확대해 현재는 2층 이상 혹은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12월부터는 내진설계 대상이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과 모든 신축주택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시 내진설계 비율은 낮다. 서울시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전체 건물의 내진 성능 확보 비율은 절반도 못 미치는 28.8%에 불과했다(2017년 5월 기준). 전국 내진설계 비율을 살펴보면 최하위권에 속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내진설계가 잘 돼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학교시설의 내진설계 비율은 26.5%였다. 대다수의 학교 건물이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심지어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지진대피소도 있었다. 서울시가 지정한 526개의 지진대피소 중 실내 체육관과 경로당 등 16개 시설에는 내진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진을 피하려 대피소에 갔는데 오히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내진 성능 자가검진 시스템은 잘 운영되고 있을까. 내진 성능 자가검진 시스템은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건물의 내진설비 현황을 파악하고 지진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본지 기자는 ‘건축물 내진 성능 자가검진 사이트’를 이용해 우리대학 기숙사의 내진 성능을 확인해봤다.
내진설계 적용 여부는 건물 허가 일자, 층수, 용도, 연면적을 입력하여 손쉽게 확인 가능했다. 건물 허가일자나 연면적 등 몰랐던 정보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홈페이지에 주소만 입력하면 열람할 수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내진 성능과 등급을 확인하는 ‘내진 성능 자가점검’은 정작 사용이 어려웠다. 건축물 상세정보 단계에서 요구하는 내용의 수준이 매우 높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정확한 수치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할 경우 답하기 힘들다.
구조형식, 비정형성, 수직부재, 노후도 등 용어도 생소해 일일이 검색해봐야 했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내진 성능을 평가하고 전문가의 상세진단 필요성 여부를 안내받는다’고 밝힌 서울시의 운영 취지와 실효성에 의문이 들었다.
일각에선 “서울에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고 그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진 대비책을 고민하는 것 자체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상주인구 1,000만 명, 유동인구 3,400만 명인 서울시의 지진대처방법을 모색하는 게 과연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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