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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달 하나 천강에'의 뜻

기사승인 [1588호]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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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웅 국어교육과 교수  

 어두운 밤에 달이 떠서 두루 천 강을 비춘다. 뭇 생명의 삶과 죽음, 우주의 본질과 실상을 깨달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온 세상에 차별 없이 전해진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상 곳곳에 미치는 위대한 진리의 힘’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본래의 생각이 어렵거나 추상적이면 뜻을 전하기 어렵다. 보다 쉬운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다른 전략을 택해야 한다. 듣는 사람의 수준을 고려해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나 사물이나 현상을 활용하는 게 방법이다. 이른바 비유법이다.

 '어두운 밤에 달이 떠서 두루 천 강을 비춘다'는 표현도 일종의 비유다. 부처님, 진리, 가르침 등과 같은 말은 추상적 개념이지만 밤, 달, 강 등은 감각적이고 체험적인 사물이다. 어두운 밤에 보름달이 떠서 모든 곳을 잘 비추는 것처럼, 비유는 추상을 감각과 체험으로 동화시켜 이해를 쉽게 만든다.

 비유의 기본원리는 논리적으로 ‘A=B’다. 일상적 의미로 단순화시키면 ‘나는 너다’가 된다. 부처님이나 예수님은 청중을 향해서 비유를 많이 사용했다. 불난 집의 비유, 돌아온 탕자의 비유, 씨앗의 비유… 이 위대한 인류의 스승들은 진리의 실체를 잘 깨닫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진리와 일상체험 사이의 유사성을 끊임없이 설파하고 각인시켰다. 그들은 ‘나는 너다’를 자신들의 삶에서 실천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모든 사람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권리를 누리며 의무를 다하는 체제를 말한다. 한 집단을 움직이는 힘이 왕, 군부, 특정 정당과 같은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닌 구성원 모두에게 귀속된다는 뜻이다. 주권재민이라는 말은 좀처럼 체험하기 쉽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의 권력은 그동안 소수에게 집중되거나 왜곡 변형되어 오지 않았던가.

 개강이다. 지난여름 유난했던 폭염과 폭우를 뒤돌아보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떠오른 ‘달 하나’가 무엇인지 자문해 본다. 무엇이 진리이고 희망이며 우리들 삶의 실천지향인지를 생각해 본다. 헌법의 ‘주권재민’ 천명과 김대중 대통령의 평생의 강령이었던 ‘행동하는 양심’이 둥두렷이 떠오른다. 이 역사적 진리와 무시무시한 의지가 어두운 밤을 환히 밝히는 밤, 우리 국민들은 공동선을 향한 공유된 의지와 행동으로서 지상의 ‘달 하나’를 새롭게 만들었다. 촛불을 들어 대의민주주의의 무기력함을 일거에 쓸어내고 직접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평화적으로 연 것이다. 어떠한 물리적 충돌과 폭력도 없이 세계의 어느 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성숙한 시민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나라. 나라가 이렇게 바로 설진대 그 아래 무엇이 바로 서지 못하겠는가!

윤재웅 국어교육과 교수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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