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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예술 문화, 나침반은 동유럽을 향하고 있다

기사승인 [1588호]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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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롭게 즐기는 예술, 그 시작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신촌이나 대학로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예술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앰프를 켜고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열광하는 관중들. 그 옆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춤을 추며 밤의 대학로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거리공연은 청년들의 문화로써만 소비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소음이나 통행 불편 등으로 인해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예술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예술을 어떻게 접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이 출발하게 된다.

자유로운 예술, 인식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예술문화라 하면 ‘버스킹’이라 불리는 거리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거리를 걷고 또 걸어도 보이는 것은 앰프로 소리를 크게 키우고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는 사람뿐이다. 이에 대학로에서 거리공연을 즐기던 양지민(21) 씨는 “다 같이 즐기는 것은 좋지만 앰프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게 호응이 좋아 대부분 버스킹을 하는 것 같다”며 “거리의 예술 문화가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획일화돼 가는 거리예술 문화에 아쉬움을 전했다.
거리예술문화만이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젊은 예술가들이 더욱 시끌벅적하게 꿈을 펼치기엔 아직 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할 때가 많다. “예술인은 돈을 바라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요. 여전히 그런 인식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 거죠”라며 극단 99도 홍승오 대표가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꼬집었다. 예술을 제대로 즐기고 소비하는 문화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연극배우들뿐 아니라 음악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퓨전국악 팀 초아의 김영준 대표는 “출연료 등을 산정할 때 무대를 준비하기 위한 예술인의 노력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 그런 부분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가장 가볍게 접할 수 있는 거리예술은 획일화되고 있으며 예술가들의 노력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예술을 더욱 자유롭게 소비하기 위해서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성장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예술을 소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자연스럽게 즐기는 거리예술

동유럽의 예술 취재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거리예술이었다. 하지만 인형극부터 음악까지 거리예술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던 카를교에는 초상화나 풍경화, 작은 장신구를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악기가 내는 선율보다는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더욱 많이 들렸다. 자유로운 ‘예술’을 기대하고 갔지만, 그보다는 가장 관광객에게 인기 있을 상업적 ‘상품’이 더 많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오히려 거리예술은 평범한 거리의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어딘가의 뒷골목, 트램을 타고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공원 등, 프라하의 예술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라카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부터, 자신의 상체만 한 하프를 연주하던 사람까지 다양한 예술가가 거리의 한편에서 예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체코를 여행 중이던 김평호 씨 또한 “오늘 아침에도 숙소에서 나오는데 아코디언이랑 첼로를 켜는 사람을 봤다”며 “음악만 하더라도 주로 가요를 부르는 우리나라의 거리공연과 달리 다양한 악기와 클래식한 연주까지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남겼다.
덧붙여 함께 여행 중이던 최희재 씨는 “아기가 할머니께 돈을 받아 거리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주고 구경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는데 예술가의 노력이 보상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깊게 깔린 듯했다.
쉽게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객이 예술가와 함께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체스키크룸로프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성 앞에서 공연을 하는 재즈 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재즈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에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공연에 재즈 밴드 단장이자 재즈 교수인 마틴 보리쉑(Martin Vorisek) 씨는 “전통적인 음악을 지키기 위해 1920년대 음악을 그 시절의 악기로 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아이들이 듣기에도 100여 년 전의 재즈가 흥겨웠던지 손을 마주 잡고 가수의 옆에서 춤을 추며 무대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들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삶 속에 녹아 있는 전통

오스트리아에서 접한 예술은 더욱 다양했다. 카페가 늘어서 있는 거리에서 홀로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 골목의 모퉁이 어귀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가가기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클래식연주가 길거리에서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스피커 너머의 소리가 아니라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클래식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빈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 이용범(31) 씨는 “아무래도 클래식이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만져온 전통적인 음악이다 보니 삶 속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이 전통 문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비평이나 수용 층이 더욱 두터울 수밖에 없다”며 자연스럽게 클래식이 소비될 수 있는 환경임을 전했다.
이러한 배경 외에 예술인들의 노력 또한 대중이 예술을 가까이하는 데에 한몫했다. “관람객과 소통하고 더욱 다가가기 위해 직접 블로그를 열기도 했다”고 말한 쿤스트하우스 관장 바버라 슈타이너(Barbara Steiner) 씨는 관람객과의 ‘연결’을 중요시했다. 여러 사람들이 쿤스트하우스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관람객과의 '연결'

이 때문에 슈타이너 관장은 한 달에 한 번 ‘이달의 질문(Question of the month)’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관람객이 직접 관장에게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작품의 가격처럼 평소 궁금하지만 쉽게 해소하지 못했던 질문까지 해도 되는 질문이나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 따로 없다. 오로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자신만의 영감을 얻어 가면 된다. 어느 정도 민감할 수 있는 부분조차도 꺼리지 않고 관람객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관장의 기조가 문화예술을 더욱 쉽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동유럽의 예술은 격식 있어 다가가기 힘든, 혹은 특정 세대가 주로 향유하고 있어 소통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전통을 공유해가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예술을 즐기기 데 필요한 것은 한 작품, 한 번의 무대를 위해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알아주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세 아닐까. 서로 소통하고 함께 이뤄나갈 수 있는 예술계로 변화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한 남성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윤소희 기자 elvmeldj@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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