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해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체계적 방안 마련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 또한 발전해야

 최근 데이트 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안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한편, 법안 발의는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데이트 폭력의 실태와 본질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인식 제고의 필요성을 살펴봤다.


 “처음엔 날 좋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A양은 남자친구로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했다. A양과 전 남자친구가 찍은 사진을 남자친구가 발견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남자친구는 A양에게 집착을 하고 A양의 모든 행동을 통제했다. 심하게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도중에도 남자친구가 찾아와 폭력을 행사해, 결국 A양은 이별했다.
 이처럼 연인 관계에서 본인의 의지 없이 이루어지는 신체·언어·경제·정신적 모든 폭력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한다. 2014년 6,675명이었던 신고접수 수가 2015년 7,692건, 2016년 8,367건으로 매해 약 1,000건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경미한 처벌이 만든 심각한 피해

 연일 늘어나는 데이트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데이트 폭력팀’을 운영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 범죄 분류코드를 신설해, 데이트 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종암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미현 경장은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데이트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여성청소년수사팀과 형사팀도 함께 출동하여 조치를 취한다”며 “출동하면서 데이트 폭력 신고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지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처 방법의 하나인 ‘여성 긴급전화 1366’은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피해 상담과 대응법을 항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신고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심각한 폭력으로 변질되지 않고서는 신고하기를 망설인다. 한국여성의전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문상담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린 경우는 2.0~3.2%,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1.2~8.5%에 불과했다. 우리대학 인권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행동을 폭력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 강도에 대해서도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은 살인 등 강력범죄가 아닌 이상 주로 폭행, 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받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집행유예 정도로 집행된다. 실제로 전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협박한 래퍼 아이언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으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없었다.
가해자를 긴급 격리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문제다. 명확한 증명이 가능한 부부 관계에서의 폭력 사건과 달리, 데이트 폭력에서 연인 관계를 법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권센터가 내미는 손
 

 해마다 데이트 폭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처벌 수준은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이에 데이트 폭력을 확실히 예방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이 데이트 폭력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대학 또한 데이트 폭력 방지와 대처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대학 재학생이 데이트 폭력 피해를 봤을 경우 인권센터에서 상담을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피해자는 인권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후, 인권센터를 통해 가해자에게 학생회실 출입 금지, 연락 금지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가해자가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거나 피해자가 징계 처분을 원할 때에는 인권센터장이 위촉한 사람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동국인권위원회를 열게 된다.
 동국인권위원회에서 해당 사실이 징계사항에 준한다면 학생처 상벌위원회로 부쳐져 퇴학, 정학 등의 징계가 결정된다. 가해자가 우리대학 재학생이 아니거나 학생 신분이 아닌 경우, 해당 대학 인권센터나 가해자 소속 기관과 연계하여 대응책을 마련해준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가해자 처벌까지 거쳐야 할 절차들이 많기 때문에 경찰 신고를 원할 경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센터는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데이트 폭력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데이트 폭력 관련 안내 책자 등을 만들어 배부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인간관계나 옷차림의 통제행위들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상담을 진행한 후에 그 행위가 데이트 폭력임을 알게 된다”며 “인식 변화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인 관계에서 고민되는 상황이 있다면 주변 상담 기관이나 주위에 적극적으로 알려 도움을 받는 것이 제일 좋다”고 전했다.


사랑 아닌 범죄, 인식 개선 필요해

 대부분의 사람은 데이트 폭력을 안일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실제로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를 강제로 벽에 밀치고 키스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큰 화제가 됐다. ‘남자의 행동이 박력 있다’고 평가한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것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사회적 분위기가 남성들의 공격성에 관대하다는 점도 데이트 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영향을 준다.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 협의회 대표인 노정민 상담사는 “유아기의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상황을 ‘관심의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특히 남성들의 공격성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당한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피해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며 “사회적 분위기에 순응하지 말고, 데이트 폭력에 대해 민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일련의 사례들을 통해 반성하고 명백한 폭력이 연인 간 사랑싸움으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성숙한 사회적 인식이 갖춰질 때 비로소 사랑이란 ‘가면’을 벗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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