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초희 교육학과 교수

아날로그 세대인 나는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내 휴대폰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골동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낡고 오래되었다. 그래도 휴대폰의 주요 기능인 통화나 문자주고받기는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검색도 문제없이 수행된다. 그러나 SNS는 말할 것도 없고 ‘앱(app)’ 하나 깔려있지 않은 내 휴대폰은 가끔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정보공유에 어려움을 주곤 한다.
요즘처럼 인간 삶에 있어 도구와 기술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때도 없는 듯하다. 인간의 능력은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에 의해 확장될 수 있다.
인지 철학자 앤디 클락(Andy Clark)은 인간의 마음이 우리 피부 안에 거주하지 않고 다양한 도구와 물리적 환경에 분산되어 있으며 고도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도구사용은 인간의 지적 기능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뇌 구조도 변화시켜왔다. 현미경을 이용하는 과학자, 지팡이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장대를 이용하는 높이뛰기 선수, 종이와 연필을 이용하여 곱셈 문제를 해결하는 초등학생. 모두 도구를 사용하여 자신의 능력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의 기술발전은 인간 능력의 확장 가능성을 더욱 확대한다. 사용하는 도구의 유형이 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신 능력의 유형 또한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주의집중에 어려움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좋아지고 있다.
사람들 간에 소통하고 교감할 때도 스마트폰이 큰 역할을 한다. 요즘의 학생들과 소통하려면 휴대폰을 스마트하게 잘 이용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마음과 마음이 만나기 위해 기술의 매개가 꼭 필요한 것일까? 기술은 우리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사람들 간의 만남을 단절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외롭고 힘들 때, 상처받았을 때, 혹은 격려가 필요할 때 기술을 이용하여 음악을 듣기도 하고 SNS를 이용하기도 하고 위안이 되는 텍스트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그렇게 큰 위안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외롭거나 불안할 때 혹은 힘들 때, 누군가 곁에서 등을 토닥거려주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보듬어줄 때 진정한 위안을 얻게 되는 경험 말이다. 학생들과의 교감과 소통도 이런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기술사용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점이다. 학생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학생의 마음과 만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기술이 인간 삶의 목적을 결정하기보다, 인간이 기술사용의 목적을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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