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하반기 채용 시즌, 스펙 마련을 위해 대외활동에 매달리는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

▲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대외활동 언어번역기’라는 게시물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열정으로 불타는’은 ‘우리의 장작이 돼 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은’은 ‘아이디어를 공짜로 넘길’로. 어딘가 ‘웃픈’ 느낌을 주는 이 유머는 우리 사회 스펙 쌓기 열풍의 그림자를 잘 나타낸다. ‘서포터즈’라는 이름 아래 최저시급, 주휴수당, 사대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는 우리 청춘들. 그들이 처한 현실은 무엇이고, 왜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일까.

청년들의 열정, 싸게 삽니다

대외활동이란 홍보, 마케팅 등을 위해 청년을 대상으로 주관하는 인턴, 국내 봉사, 서포터즈, 해외 탐방·봉사, 마케터, 홍보대사, 기자단 등의 다양한 활동이다. 그 중 서포터즈란 홍보, 아이디어 제안 등 다양한 업무 및 행사 보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서포터즈 활동에 대한 혜택은 수료증 발급, 상품이나 상금 지급, 강의 참석, 입사 시 가산점, 봉사시간 등이다. 하지만 일부 참여 혜택은 ‘상금’으로 표현되기에 정확한 수당을 알 수 없으며, 정당한 대가를 받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채 노동력을 제공하게 된다.
2015년에 시행된 KBS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05명 중 ‘기업이 열정페이를 제공한 것 같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11.4%, 그렇다 24.6%로 전체 3분의 1 이상의 학생들이 열정페이로 인해 고충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열정페이란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대학생들은 직원이 하는 일과 다름없는 강도의 업무를 떠맡지만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며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기 힘들다.
실제로 작년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통·번역 서포터즈를 무급으로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내 논란이 됐다. 공공기관마저 열정페이를 조장한다는 문제는 많은 대학생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청년인턴 부당고용행위에 대한 수시감독 대상과 사업장을 선별해 본격적인 근로감독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우리대학 법학과 조성혜 교수는 “구두계약일지라도 실질적으로 지시 감독을 받으며 임금을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노동법상 근로계약”이라며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실질적으로 근로자와 상응하는 노동을 했다고 느꼈다면 노동 관서에 진정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일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서포터즈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아이디어 뱅크를 노리는 기업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서포터즈나 공모전 활동을 통해 기업들에 자신들의 기획안이나 디자인 저작권 등을 뺏기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업체는 자사 로고 디자인 공모전에 “응모 및 당선 작품의 판권, 사용권, 저작권, 지적 재산권 등 모든 권리는 자사에 귀속된다”며 “1등에겐 현금 50만 원과 50만 원 상당의 자사 상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경력 1~2년 차 디자이너의 로고 디자인 가격이 평균 100~200만 원에 형성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조건이다.
대기업 마케팅 서포터즈를 하는 한 학생은 “한 달에 한 번씩 회사에서 마케팅 미션을 내면 5~6팀이 아이디어 경쟁을 하는데, 채택된 아이디어는 실제 마케팅에 활용된다”며 “내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됐지만, 아이디어의 저자가 나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하고 채택된 아이디어의 대가가 영화표 몇 장이라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실무경험’ 아닌 실‘무(無)’경험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실무를 배우기 위해 대외활동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실무를 쌓기 위해 서포터즈에 지원했으나 단순하거나 단발성에 그치는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케팅 분야의 실무 능력을 쌓기 위해 대기업 서포터즈에 지원했던 이영주(중앙대 경영16) 씨는 “학교에서 배운 마케팅을 실무를 통해 익히고 싶어서 도전했지만, 단순히 새로운 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서포터즈들의 SNS가 활용되는 것 같았다”며 “홍보비용이 아까워 대학생들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체계적이지 않은 서포터즈 운영도 문제 됐다. 윤기주(법학16) 군은 “서포터즈 운영 자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실무를 배우기 어려웠다”며 “활동 보고에도 응답이 없었고 이는 관리자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서포터즈 활동에 달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과 대외활동의 관계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17년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인사담당자 42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직무 적합성’ 항목이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으로 1위를 차지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는 기업은 지원서에서 직무 관련 교육 이수, 관련 경력 등 직무 역량을 중심으로 한 정보를 요구한다. KBS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 인사담당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8%가 신입사원 채용 시 지원자의 대외활동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지원자의 대외활동 경험을 실무경험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8.5%로 가장 많았다.
결국, 기업 채용의 기회 확대가 학생들이 서포터즈 활동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금융권 서포터즈 경쟁률은 대기업 공개채용 경쟁률과 비슷하다. 하나금융 SMART 홍보대사(이하 스마홍) 활동을 했던 김지수(단국대 사학13) 씨는 “서포터즈 경험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서포터즈 활동 시 채용의 기회가 많아지고, 금융권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취업에 대한 정보와 인적네트워크가 잘 되어있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서포터즈의 장점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활동을 해야 하다 보니 부담되고, 팀별 경쟁이 과열되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비쳤다.
서포터즈 활동의 고질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은 기업 채용의 기회를 얻거나 개인의 역량을 넓히기 위해 대외활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단순히 서포터즈라는 스펙을 좇는 것만 아니라 똑똑하게 서포터즈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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