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Arrival, 2016)'를 통해서 바라보는 운명의 역설

▲주인공 일행과 외계인이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는 장면.

가끔 사람들은 합리적인 사고로 설명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자면, 내가 지금 하는 사랑이 언젠가 끝날 것을 알면서도 계속 사랑을 이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컨택트’는 앞선 그 사실에 한 발짝 더 나아간 결과물이며, 동시에 그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이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컨택트’는 ‘외계인과의 조우’를 다룬 SF영화이다. 어느 날 불시착한 외계인들에게, 인간들은 경계하면서도 적대적이지만은 않은 태도로 천천히 접근한다. 주인공인 루이스는 언어학자로서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 외계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시간관념의 변화가 일어나고, 미래의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단지 다른 세계의 언어를 이해한 것만으로 어떻게 미래를 보는 것일까? 그것은 이 영화가 ‘언어 결정론’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 결정론이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주변 세계를 인식한다는 이론으로, 이에 따르면 언어는 사고방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주어와 서술어가 정해져 있는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과 끝이 분명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시간을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인식한다. 반면, 외계인은 문자가 처음과 끝이 없는 원형이라서 시간을 순환적인 것으로 인지한다. 즉, 그들에게 있어 시간은 둥근 원처럼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 진행이다. 원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는 루이스는 함께 작업하던 물리학자와 결혼하지만, 아기가 희귀병으로 죽을 것을 알게 됐다. 그래도 아이를 낳는 것에 동의한 그는 남편이 떠날 것 또한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남편과 사랑하기를 택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비슷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하는 일,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질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누구나 달라진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그 때문에 일견 루이스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일’과 ‘길’이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어떤 의미에서든 사랑이라는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합리적인 사고는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분명히 우리에게 이득을 주는 것은 합리성을 따르는 것일 텐데, 사랑과 같은 감정 앞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사람의 감정은 그 정도로 모순덩어리다. 
결국 ‘컨택트’가 앞선 질문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결과를 알면서도 택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다. 다만 이 영화는 그 모순이란 것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답은 관객들에게 맡긴다. 영화에서는 루이스의 선택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과연 정말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정해진 길이라 해도 우리의 선택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용기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 순간 특정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슬픔, 기쁨과 같은 오만 감정들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있다. 그 감정들이 자연스럽듯, 행복과 고통 역시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까 삶은 행복한 순간만 골라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통조차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루이스는 그 고통과 자신에게 스며든 감정을 겸허히 받아들인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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