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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겠다”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

기사승인 [1594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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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혼자 즐기면서 살래요.” 결혼은 자신을 얽매는 족쇄라며 비혼을 선언한 A씨(30세). 그는 일요일마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러 단양으로 향한다. 책임져야 할 배우자와 자식이 없으니 모아둔 돈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쓴다. “아직도 결혼 못 했냐? 안 외로워?”라는 질문에 “못한 거 아니고 안 한 거다. 고양이 집사 노릇 하느라 외로울 틈도 없다”며 맞받아친다. 자신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지만, 주변에선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그런 시선들이 달갑지만은 않다.

나 혼자 산다

최근 20·30 세대들은 ‘혼자’를 외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7년도 혼인율은 약 5% 정도에 그쳤다. 2016년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결혼하지 않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결혼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30% 정도에 그쳤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70%의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느낀 것이다. 비혼과 미혼의 차이는 필요하지 않은 것과 필요한데 못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비혼은 주체적인 의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N포’ 세대로 불리던 20대와 30대에게 결혼은 선택 사항이 아닌 포기사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2030세대가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선(31세): 결혼으로 인해 내 가치관과 생활습관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비혼을 선택했습니다. 연인과 “너 결혼해서도 이럴 거야?”라며 자주 싸웠거든요. 
익명(26세): 결혼은 막중한 책임과 희생이 뒤따르는데 개인적인 성격상 저는 그러지 못할 거 같아요. 정말로 사랑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 정도의 큰 사랑을 이성에게 느낀 적은 없어요.
이주영(27세): 개인의 자유를 허락하고 마음껏 여행도 가고, 자신을 맨 먼저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익명(22세): 성격 자체가 타인의 간섭을 못 견디는 스타일이에요.

이들은 결혼이 주는 이점 대신  혼자라서 누릴 수 있는 이점들을 선택했다. ‘나 자신’을 먼저 챙기고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이들이 연애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인터뷰 응답자 중 한 명은 “결혼은 연애에 있어 수많은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며 “비혼 주의자이지만 연애는 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비혼 자녀들, '미운 우리 새끼'일까

각자의 이유로 2030 젊은 세대들은 비혼을 결심한다. 이런 우리들을 부모세대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부모로서 또 결혼 선배로서 자녀의 비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 33세의 딸과 31세의 아들을 두고 있는 이민숙(58세) 씨와 21세 아들을 두고 있는 서명희(46세)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결혼 선배로서 say
결혼 선배로선 비혼을 이해할 수 있어요. 결혼이 결코 녹록지 않죠. 특히 우리 세대 같은 경우는 희생을 강요받았던 세대라서 더욱 힘들었어요. 그걸 보고 자란 자식들이라면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당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이제는 결혼이 전부인 세대는 아니잖아요.
부모로서 say
막상 내 자식이 결혼 안 한다고 하면 전 설득할 거 같아요. 결혼이 힘들긴 하지만 50이 넘은 내 입장에서 보면 자식이라는 열매가 있어야 이 세상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을 꾸리는 행복은 결혼하지 못한 사람이 겪을 수 없는 그것만의 행복이 있어요. 내 자식이 그 행복을 모르고 지나친다면 안타까울 거 같아요.
                                                                                                -이미숙(58세)-

결혼 선배로서 say
 비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결혼함과 동시에 책임감과 희생이 많이 따르기 때문에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제 시간을 줄이고 가족에게 헌신했거든요. 그렇기에 나이가 들수록 후회나 미련도 많이 남는 거 같아요.
부모로서 say
 전 제 자녀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존중할 거에요. 다만 옛말에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어요. 결혼의 양면성을 잘 살피고 스스로가 잘 선택하길 바랄 뿐이에요.
                                                                                               -서명희(48세)-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 아냐?

비혼주의자는 부모님과 상의를 통해 비혼의 확신을 얻는다. 용기 내 주변에 알리지만 주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결혼을 안 한다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겠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을 당연한 것으로, 비혼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비혼주의자라고 밝힌 김형중(24세) 씨는 “내가 비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도대체 왜?’라는 말과 심문하듯이 꼬치꼬치 캐묻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이유 때문에 누가 굳이 결혼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먼저 밝히고 싶지 않다”며 아직 비혼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비혼을 지인들에게 알린 B(22세) 씨는 “내가 비혼의 뜻을 밝힐 때마다 ‘그런 애들이 제일 먼저 가더라’하는 농담을 듣곤 하는 데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말들은 보통 결혼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인식을 전환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에는 비혼의 수가 증가하면서 점진적으로 이런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모습들이 비치고 있다. 과거 드라마나 예능에서 미혼남녀를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비혼을 주제로 다룬 방송들이 늘어나고 있다. 채널 MBN에서는 비혼이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소녀들의 리얼 라이프를 담은 ‘비행 소녀’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으며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비혼을 추구하는 남성이 주인공 역으로 나오기도 한다.

한편 비혼식과 싱글웨딩을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비혼식이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결혼하지 않겠다고 알리는 행사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냈던 축의금을 돌려받기 위해 진행하기도 하고, 혹은 독립된 성인으로서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주변인들과 파티를 여는 경우도 있다. 싱글웨딩 역시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다. 싱글웨딩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혼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싱글 웨딩을 촬영한 이미선(31세) 씨는 “결혼 자체는 전혀 욕심 없는데, 아름다운 시절을 사진으로 남겨둬야겠다 싶어서 싱글웨딩 촬영을 했다”며 “배우자를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된 촬영이라 좋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싱글웨딩을 진행한 이주영(27세) 씨 역시 “혼자서 당당히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다짐하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싱글웨딩을 찍었다”며 싱글웨딩 촬영의 이유를 밝혔다.

비혼주의자들은 당당해지기 위해 비혼식과 싱글웨딩 등을 진행한다. 그러나 비혼은 애초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기에 당당해져야 하는 일 역시 아니다. 각자 살아가는 환경과 방식은 너무나도 다양하기에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비혼 역시 우리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김해인 기자 gotngh@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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