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걸어본 대림역 차이나타운의 거리,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범죄도시'의 포스터.

폭력적인 언행과 껄렁대는 자세. 한국의‘누아르’ 영화들 속 조선족은 완벽한 악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 속 그들은 타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살인을 일삼고, 잔인한 폭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을 실제 접해본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미디어 속 묘사된 조선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과연 실제와 부합한 것인지,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향한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디어가 만든 조선족 이미지

2004년 가리봉동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범죄도시’는 하얼빈에서 넘어온 조선족 장첸(윤계상 분) 패거리와 이를 단속하는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의 대결을 그렸다. 영화에서 장첸은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의 손목을 가차 없이 자르는 모습 등 온갖 잔인한 행위를 일삼는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에서는 경찰대생 두 명이 난자를 강제로 적출해 매매하는 조선족들을 검거한다.

▲영화 '청년경찰'의 포스터.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은 각각 680만 명, 560만 명이라는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하지만 조선족을 범죄자로 묘사한 영화들이 흥행함에 따라 대중들에게 조선족 이미지는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영화들을 본 후 조선족에 대한 이미지가 더 나빠졌다”며 “일부 사건만 크게 왜곡한 건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영화를 본 후 대림동이나 가리봉동 근처를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조선족들은 ‘범죄도시’를 어떻게 봤을까.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됐다는 조선족 신 씨는 ‘범죄도시’와 같이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다룬 대중매체에 대해 “원래도 조선족 동포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데 미디어에서 더 안 좋게 보여줘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중매체가 조선족을 다루는 방식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힘들었다”며 “예전에 지방에서 직장을 다닐 때 조선족 동포라고 하면 무식하다고 단정 짓고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대림역? 공포의 장소? No!

무섭게 그려지는 조선족 거리가 실제로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가봤다.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내리자 중국어와 연변 사투리가 들렸다.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이 생각나면서 두렵기도 했지만, 이내 곧 우리가 사는 동네와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림동에서 한중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갑형씨는 대림동의 분위기를 묻는 말에 “이곳은 한국 사람보다는 조선족 사람들이 많지만, 영화에서 그리는 잔인한 모습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인들이 조선족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는 이유는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의 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8년째 이곳에서 과일 꼬지를 팔고 있다는 한 상인은 “대림동 분위기가 옛날보다도 훨씬 나아졌다”며 “다툼이 생기면 바로 경찰이 출동하는 등 단속을 활발히 해, 영화처럼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다”고 답했다.
대림동 속 수많은 중국 음식점 중 유달리 복작거리는 한 식당을 들어갔다. 옆 테이블에서 익숙한 한국말이 들렸다. 주말을 맞아 외식하러 나왔다는 주 씨 가족은 대림동 맛집을 검색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딸 주 모씨는 “영화 ‘범죄도시’가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라며 “영화에서 다루는 대림동 분위기는 소름이 돋고 지나치게 어두운데 직접 와보니 똑같이 사람 사는 데 같다. 영화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경찰청의 2016년 자료에 의하면 조선족이 대거 포함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범죄율은 10만 명당 2220명 정도다. 10만 명당 3495명의 범죄율을 기록한 한국인 범죄율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시선, 오락을 위해 일부를 과장하고 왜곡한 미디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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