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청춘들의 이야기

▲뮤지컬 '킹키부츠'
▲소설 '데미안(1919)'

 대학생은 성인이지만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참 애매한 존재다. 우리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님과 다투기도 하고, 경제적 문제 때문에 완벽한 독립을 포기하기도 한다. 청춘들의 이런 모습을 뮤지컬 ‘킹키부츠’는 유쾌하게, 소설 ‘데미안’은 담담하게 풀어낸다. 킹키부츠의 ‘찰리’와 ‘롤라’,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부모님 품을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청춘들의 고민을 어루만진다.


영국의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킹키부츠’는 ‘찰리’와 ‘롤라’의 얘기를 경쾌한 음악을 통해 들려준다. 찰리는 신발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엉겁결에 공장을 물려받는다. 그때, ‘여장남자’이자 클럽 가수인 롤라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하이힐이 남자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자꾸 망가진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찰리는 롤라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하이힐, ‘킹키부츠’를 만들기로 한다.


찰리는 롤라를 수석 디자이너로 고용하고, 신발 공장은 밀라노 패션쇼까지 진출한다. 의욕에 가득 찬 찰리는 직원들에게 더 좋은 신발을 만들어내라며 닦달한다. 찰리의 그런 모습에 직원들은 “너희 아버지는 이러지 않았다”며 하나 둘 떠난다. 떠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찰리는 주위 사람들을 살뜰히 챙겼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책한다.


한편, 롤라도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복싱선수였던 롤라의 아버지는 남성성을 강요하며 아들 역시 복싱선수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롤라는 아버지와는 다른 자신을 인정하고 여장남자 클럽 가수로 살아가기로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롤라 옆에서 찰리 역시 아버지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아버지 공장을 자신만의 것으로 꾸려나간다. 롤라의 도움으로 찰리의 직원들은 다시 공장으로 돌아오고, 킹키부츠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킹키부츠의 ‘찰리’에게 ‘롤라’가 있듯 ‘싱클레어’에겐 ‘데미안’이 있다. 소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며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다. 부모님의 보호, 종교와 도덕으로 표상되는 밝은 세계만을 경험한 싱클레어는 죄악,가난과 같은 어두운 세계에 끌리기도 한다. 어두운 세계에 있는 크로머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싱클레어는 사과를 훔친 적이 있다고 거짓말한다.


하지만 크로머는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한다. 부모님을 실망하게 할 수 없던 싱클레어는 저금통에, 가정부 가방에 손을 댄다. 어두운 세계에 빠져가던 싱클레어 앞에 나타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선과 단순히 악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인간 본성과 세계의 속성에 대해 가르쳐준다.


싱클레어는 이후에도 본인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지만, 그때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한 발짝 다가간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는 소설 속 한 구절은 선과 악이라는 단면적 세계에 갇혀 있던 소년이 복잡한 인간 내면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함축한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모두 이해하게 된 싱클레어는 자신의 길을 가는 청년으로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모두 ‘찰리’이자 ‘롤라’이자 ‘싱클레어’다. 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구축하는 ‘찰리’, 부모님 뜻을 거스르면서도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는 ‘롤라’, 부모님의 세계에서 나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싱클레어’처럼 말이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우리에게 킹키부츠는 이렇게 말한다. “just be, 있는 그대로 누가 뭐라 해도 너는 너니까. just be, 너 그대로 당당하게 네 꿈을 펼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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