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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처음처럼

기사승인 [1595호]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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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민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따금 나에게 기억에 남는 광고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인이 하루에 노출되는 광고 메시지만 2,000개가 넘는다고 하니, 누구보다 광고를 많이 접했을 광고전공 교수가 무슨 연유로 어떤 광고를 기억하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미국에서의 교수 생활을 뒤로하고, 지난가을 동국대에서의 첫 학기를 시작할 즈음 머릿속을 맴돌았던 광고가 하나 있다. 이 광고는 신입 경찰관이 임명장 수여식에서 경례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처음 부임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 간호사들이 첫 임무 전 선서를 하는 장면들을 연이어 보여주면서, 늘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당시 IMF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 가능한 재도전의 기회로 삼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만들어진 공익광고 한편. 어찌 보면 클리셰로 가득한 이 광고 한 편이 세월 지나 불현듯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광고 속 긴장 가득했던 선생님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어느덧 대학 강단에 선 지 7년이 지났건만, 나는 동국대에서의 첫 강의 전날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 학생들과의 수업이 처음이라 학생들과 어떻게 한 학기를 이끌어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많은 질문을 하는 나는 혹여나 학생들의 호응이 없으면 어쩌나 불안했다. 하지만 걱정과는 사뭇 다르게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들어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개중에는 나의 기대를 뛰어넘는 대답들도 많았다. 이에 더욱 용기를 내어 나는 토론 수업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광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학습하는 과목을 단순히 강의로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토론 수업은 학생들의 참여가 적극적인 미국에서도 사실 진행하기 쉽지 않은 수업 방식이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미국 학생들은 때때로 격하게 찬반 양측으로 대립하기도 하고, 자칫하면 토론이 서로에 대한 비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이와는 다른 문제점이 있다. 바로 토론 주제에 대한 찬반 진영이 골고루 분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예를 들어 ‘담배 광고를 규제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제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타인과 사회의 도덕적인 잣대를 의식해 광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어, 단지 극소수의 학생들만 광고 찬성 진영에 남게 된다.
균형 잡힌 토론을 위해 나는 지도 교수님께 배웠던 방법을 써봤다. 이 토론 방법은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찬성과 반대편을 학생들에게 임의로 지정해 주는 것으로 출발한다. 즉, 수강생들의 반을 찬성 편으로, 나머지 반을 반대편으로 지정하여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이렇게 양쪽 진영으로 나누고 토론을 하게 하였더니 우려와는 달리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물론 이 토론 시간이 모든 학생들에게 즐거운 순간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첫 시험을 치르고 보니 시험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정작 토론 시간에는 참여를 거의 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나에게는 학습능력은 뛰어나지만 토론에는 소극적인 학생들을 어떻게 더 편안하게 토론으로 이끌 것인가라는 숙제가 생겼다.
그러나 이 숙제도 ‘늘 처음처럼’의 광고처럼 처음 강단에 설 때의 초심으로 풀어 가면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에게 숙제와 동시에 그 숙제를 풀어나갈 힘을 주었던, 첫 학기를 무사히 함께 항해한 수강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안홍민 광고홍보학과 교수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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