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두 농사를 짓기 전 그저 자두는 예쁘고 맛있는 과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자두의 달콤함 이면에 아버지의 인고가 담겨있다는 걸 안다. 한겨울의 가지치기부터 한여름의 수확까지 아버지는 매일 땡볕에서 일해 얼굴은 검게 그을고 목에는 검버섯이 생겼다. 또 툭하면 온몸이 상처였다. 그렇게 노력해도 자두는 태풍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농사 초년생이었던 아버지의 자두는 너무나도 값싸게 책정됐다.

동대신문 수습 기자 생활은 마치 농사 초년생 아버지 같았다. 하나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은 차고 넘쳤지만 모든 게 어리숙했다.
최근 청소노동자 기사를 쓸 때는 매일 변하는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했고 상황 취재를 마치면 사실관계 취재가 꼬리를 물었다. 수업에 집중하기는커녕 매일 취재 생각에 허덕였다. 그 와중에 취재원의 거절에 상처 입기는 다반사였다. 3일 밤낮을 새서 기사를 완성해도 읽어주는 이도 별로 없었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내 기사는 못 파는 자두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꼼꼼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취재는 허점투성이였으며 형편없는 글솜씨로 인해 취재 내용은 빛나지 못했다. 결국, 기사는 긁히거나 태풍 앞에서 떨어져 버린 자두처럼 어디 내놓기에는 형편없었다.
농사 경험을 계속 쌓은 아버지는 이제 제법 능숙하게 자두를 재배하신다. 자두도 영글게 익어 제값을 한다. 이는 인고의 시간을 겪고 나서야만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앞으로 나의 동대신문 기자 생활도 베테랑이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꾸준히 경험하고 상처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면 잘 영근 기사를 쓰게 될 것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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