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인간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제는 하나의 가족이라고 인식된다. 이러한 흐름에 반려동물 관련 산업과 문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증가한 만큼 유기되는 동물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사람들이 동물을 쉽게 유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그 해결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다.

▲일러스트=주찬양 기자.

#하늘이의 일기

저는 올해 3살인 말티즈 ‘하늘’입니다. 저는 엄마 젖을 떼자마자 울산의 어느 한 펫샵으로 가게 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부부가 와서 저를 집으로 데려갔어요. 너무 신났어요. ‘나에게도 주인님이 생기다니!’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님은 아기를 낳았어요. 아기랑 저를 같이 키우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는지 주인님은 저를 두고 이사를 가버렸어요. 저는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졌지만, 데려가겠다는 주인님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요. 10일 안에 주인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주사를 맞아야 한대요.

유기된 반려동물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28.1%(약 593만 가구)로 나타났다.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다. 이는 2012년의 17.9%, 2015년의 21.8%에 비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애견 호텔, 펜션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나 사업도 급격히 발전했다.

하지만 반려동물 산업이 고속성장한 데 비해 사람들의 인식은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수가 증가한 만큼, 버려지는 동물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8만9700마리다. 이렇게 유기된 동물의 25%가량은 병들거나 늙어 죽고, 19%가량은 안락사된다.

이렇게 길거리에 내몰린 강아지들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유기견 보호소. 하지만 유기견 보호소조차 유기견들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 해에 약 8만 마리가 버려지는 데 반해, 전국 보호소의 수용 규모는 약 2만 마리에 그쳐 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유기견 구조와 보호 등 관리에만 100억 원의 비용이 드는 점도 문제다.

또한 지원금을 목적으로 한 ‘무늬만 보호소’ 문제도 심각하다. 현행법상 유기동물 관리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 중인 보호소는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마저도 대부분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실제로 익산시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는 지난해 유기동물 보호를 명목으로 지원금 4천만 원을 받은 후 유기견을 방치, 학대 및 유기견 수십 마리의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견을 돕는 사람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알고 유기견을 돕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애견카페 ‘휴독’을 운영하는 임신실 대표는 반려견 산업뿐만 아니라 유기견 보호에도 앞장선다. ‘휴독’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반려견을 위한 카페 및 호텔 서비스와 놀이방을 제공한다. 그 외에도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선고를 받은 유기견을 기본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을 시킨 후 구조해 온다.

유기견을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중성화 수술 및 내장형 전자칩 등록 동의서 작성 후 유기견을 입양 보낸다. 또한 국내 입양이 어려운 믹스견이나 중·대형견 같은 경우에는 해외입양을 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임 대표는 “유기견 보호소 봉사 활동을 하다 유기견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과 쉽게 버려지는 유기견들의 현실을 알게 됐다”며 “올바른 유기견 입양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 ‘휴독’을 운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휴독에는 티티(18살), 동건이(4개월), 월령이와 대성이(1살) 등 총 6마리의 구조된 유기견들이 카페에 상주하며 새 가족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환의 수의사는 유기견을 포함한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를 개발했다. 포인핸드는 전국 보호소의 유기동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또한 버려진 동물들이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수의사는 “유기견들이 구조됐어도, 유기견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어 대부분 안락사시킨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에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유기동물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공유성과 접근성을 가진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포인핸드는 한 번의 클릭으로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주는 기능과 입양된 유기동물의 건강검진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유기동물 탈옥캠페인’과 같은 행사를 통해 유기동물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입양카페를 지원하고 있다. 이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단순히 불쌍해서, 귀여워서, 내가 외로워서 등의 이유를 가지고 입양하는 것은 자신만 생각하는 상당히 이기적인 생각”이라며 “입양 전 충분한 지식을 쌓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에 경제적, 시간상으로 많은 희생이 따름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입양은 철저한 계획과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견은 ‘구매’가 아닌 ‘입양’

반려견 유기를 방지하는 출발점은 반려견을 ‘구매’가 아닌 ‘입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려동물문화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 매매를 금지하고 보호소 입양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독일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 베를린’은 입양 전, 입양자 자격테스트를 하고 숙려기간을 두는 등 입양자가 반려견 입양을 신중히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반려동물 판매금지와 동물 입양 관련 사전조치들로 독일의 유기동물 입양률은 90%, 안락사율은 0%에 이른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반려견 취득 경로 중 ‘동물판매업소에서 구매(38.6%)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인을 통한 무상입양(28.7%)과 유기동물 입양(9.6%)을 합한 수치와 비슷하다. 쇼윈도에 갇혀 전시되고 인터넷 분양사이트에 가격 정보와 함께 게시되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반려견을 상품이라고 인식하는 데 일조한다.

또한 펫샵이나 인터넷 사이트로 반려견을 ‘구매’할 경우, 반려견 양육에 관한 지식을 자세히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입양 후 반려견이 생각보다 많이 짖는다거나, 배변을 잘 못 가리는 등,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면 반려견을 쉽게 유기하는 것이다.

반려견을 상품으로 보는 인식과 부족한 지식은 반려견 파양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 소유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반려견을 죽을 때까지 키웠다’고 답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반려견을 파양한 사람들은 이사, 본인이나 가족의 질병, 임신, 출산 등 개인적 이유나 짖음, 배변, 경제적 부담 등 반려견에 대한 부족한 사전지식이 이유가 됐다고 답했다. 이는 반려견을 상품으로 보고 신중한 고민 없이 구매하면 양육을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유독 우리나라가 유기견 발생 비율이 높은 이유는 ‘반려견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는 반려견을 미국에서 수입해 올 만큼 반려견 입양이 어렵다 보니 유기견도 곧바로 입양된다”며 우리나라의 반려견 입양 구조가 근본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강아지 번식 공장에서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들을 펫샵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이런 시스템이 사람들이 강아지를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생각하게 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숙한 문화 정착해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기견 입양을 장려하고 성숙한 반려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강동구 리본(reborn)센터가 대표적 사례다. 리본센터에서는 반려견을 입양하기 위해선 3차례의 전문가 상담과 2회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입양 후에도 반려견의 가정 적응을 위해 5회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반려동물도 한 가족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성숙한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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