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엄재식 기자.

우리는 흔히 예술은 부유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 달리 예술대 학생들에게는 남모를 경제적 고충이 있다. 이에 본지는 우리대학의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예술대의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우리대학 예술대학에는 미술학부(불교미술학과, 한국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연극학부, 영화영상학과, 스포츠문화학과가 속해있다.
*이 중 스포츠문화학과는 선수 전원이 장학금을 지원받으며, 훈련에 필요한 개인 비용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이번 기사에서는 제외하고 다룰 예정이다.

예술대학 등록금, 왜 비쌀까?

우리대학의 예술계열 등록금은 작년 기준 최저등록금인 인문사회계열의 등록금과 비교할 때 약 95만2천 원 정도 차이 난다. 왜 예술계열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보다 비쌀까? 이는 ‘계열별 특수성’을 이유로 등록금이 다른 전공보다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계열별 특수성이란 각 계열별로 이뤄지는 실습, 실험 등의 특수한 교육 형태를 말한다.
현재의 대학 등록금은 인문·사회, 자연·과학, 공학, 예체능, 의학 계열별로 차등 돼 있다. 이러한 차이는 1986년도 대한교육협의회가 입학금·수업료 책정 권한을 가지면서 발생했다. 이후 책정 권한이 사립대학에게 부여됐고 매년 등록금을 일정 금액씩 인상하며 심화됐다. 하지만 문제는 최초의 등록금이 정확한 산정 근거에 따라 책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대한교육협의회는 등록금이 가장 낮았던 인문사회 계열을 기준으로 삼고 다른 계열 등록금은 1.2~1.3배로 정했다.
최근 차등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일부 대학들은 예술대학의 공간사용률, 실험실습비, 기자재 구매, 교원 수 등 특수성 명목으로 더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대학 학생들은 납부한 등록금에 비례해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을까?

열악한 예술대학의 교육환경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는 예술계열 교원 1인당 학생 수 20명(인문사회의 경우 25명)과 학생 1인당 19㎡(인문사회의 경우 12㎡)의 사용면적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예술대학은 이를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시하지도 않고 있다.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공개한 ‘2017년 36개 예술대학 결산 내역’에 따르면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준수하고 있는 대학은 KC대, 가톨릭관동대, 경주대뿐이다. 현재 우리대학 예체능계열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44.33명이다. 이에 우리대학 교원인사실 측은 “규정에 제시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충족시켜야만 대학 설립이 승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는 권고 사항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제시된 법정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는 인건비 지출과 직결된다”며 현실을 토로했다.
또한 단과대별 학생 1인당 사용면적에 대해 우리대학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단과대별로 구분 지어 1인당 사용면적을 산출하는 것은 힘들다”며 “강의실은 특정 단과대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실습실의 경우에는 예술대 학생이 사용하는 면적이 더 넓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예술대학은 관리기구의 부재로 인해 시설관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의학 계열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의학평가원을, 공학 계열은 공학인증원을 관리기구로 두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예술대학은 관리기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대학 영화영상학과 A씨는 “기자재가 다른 학교에 비해 노후화됐고 교체주기도 느리다”며 “스튜디오 역시 새로운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술학부는 인원에 비해 실기실이 좁아 불편함을 겪고 있다. 조소과의 실기실은 건물 천장이 석면이고 벽에는 금이 가 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실기실로 가는 길의 아스팔트가 깨져있어 이용하는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불만에 예술대학 교학팀은 “예산팀에서 배분한 학과의 실험실습비 예산으로 설비 및 장비부터 차례대로 수리하고 있다”며 “해마다 대략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정도를 수리비용으로 할당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년 정해진 학부 예산만으로 시설을 교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학팀은 “이런 시설적인 면은 학부 예산이 아닌 교비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노후된 고가의 장비들은 교비 지원이 있어야 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등록금 외 추가 비용까지 납부해

실험실습비를 근거로 더 많은 등록금을 납부하는 예술대 학생들은 충분한 지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험실습비란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직·간접적인 비용을 말한다. 우리대학 예산팀은 “실험실습비는 납부된 등록금의 일부가 학과별로 배정된다”며 “학생에게 지원되는 비용은 각 부서에서 사업별로 편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술대학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 책정액은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5배 이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예술대학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외에도 실험실습, 공간대여, 졸업작품전시회 등을 위한 추가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작년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예술대 학생 10,1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설문에서 답변자의 85.8%가 납부한 등록금이 정당하게 교육비로 환원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로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예술대학 학생 B씨 또한 “예술대학이 다른 단과대보다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학과실 사용비와 재료지원비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라 답했다. 그러나 “학과실 청소도 일 년에 한 번 이뤄질 뿐이고 실질적인 재료지원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예술대학의 현실을 언급했다. 우리대학 예술대학의 실험실습비 지원 금액은 15.5만 원으로 전체 등록금 458만 원의 16.6%에 불과하다. 이처럼 등록금에 비해 실험실습비로 지원되는 금액이 적어 학생들의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제50대 총학생회 ‘터닝포인트’는 ‘예술대학의 실험실습비 지원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총학은 “현재 이에 대한 안건을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제기한 상태”라고 답했다.
특히 실험실습비가 가장 많이 필요한 항목은 ‘졸업 관련 행사 지원’ 영역이다. 우리대학 예술대학 6개 학과는 모두 졸업 작품 제작이 필수적이다. 단과대에서 졸업 작품 지원비를 충분히 받는 과도 있으나 대다수 학과에 지원되는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대학 영화영상학과는 졸업 필수요건으로 영화 한 편을 제작해야 한다. 제작을 위해 학생 1명당 30만 원의 학과지원금이 지급되지만 400만 원~1천만 원이 드는 제작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모자란 금액은 연출자를 맡은 학생의 사비로 충당하게 된다.
우리대학 미술학부의 경우 개인당 약 25~150만 원의 졸업 전시회 비용이 필요하지만, 지원금은 20~30만 원에 그친다. 또한 미술학부 내 4개 학과마다 특성과 지원금 규모가 다른 만큼 졸업 관련 비용 편차가 크다. 이에 예산팀은 “졸업 관련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에 대한 예산을 새로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부 대학이 차등등록금의 근거라고 주장했던 것들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이에 우리대학 예산팀은 “정확한 산정기준을 근거로 등록금을 책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 원가 계산에 따른 등록금 책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정부의 통제 없이 실질적인 등록금 책정 자율성을 가져야 하며 그에 따른 등록금 변동을 학생들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등록금 문제는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학교와 정부, 학생들이 함께 협의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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