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우리대학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학내에서 발생한 수많은 성차별 발언, 여성 혐오, 몰래카메라 사건 등이 무색해지는 결과였다. 우리대학은 갑작스러운 총여 폐지로 인해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방향성을 잃었다. 이제 우리는 누구에게 총여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9년도 우리대학 학생사회를 이끌 총학생회(이하 총학)로 선거운동본부 ‘한걸음’이 당선됐다. 이들은 총여가 폐지된 직후 혼란스러운 학생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그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끝없이 발생하는 인권 침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신중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걸음’은 학내 인권 문제에 대해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서울캠퍼스 공청회에서 ‘우리대학 여성 인권이 잘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종헌(경영13)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여성이라서 차별을 받거나 인권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한걸음’의 인권 관련 공약도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들의 공약집에는 ‘학내 구성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인권국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인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인권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공청회에서 학생들은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요구했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이는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추상적인 공약밖에 되지 않는다.
곧 2019년이 다가온다. 그리고 ‘한걸음’의 임기 또한 시작된다. 그들은 임기 시작 전 여성과 소수자 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권은 무엇인지’, ‘인권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인권을 보호할 것인지’. 이 모든 것에 대한 인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들이 내세운 ‘인권국 운영’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권 감수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대표자는 학생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또한 학생자치기구가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한다면 대학사회는 인권의 후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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