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바람에 쓸려 움직이듯 내 인생도 외부 환경에 좌지우지되던 때가 있었다. 공부만 해야 했던 10대가 끝나고 대학에 와서 맞이한 스무 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새로움이 두렵고 귀찮아서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한 적이 없었다. 도전을 회피하며 살던 어느 날,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제자리걸음은 곧 퇴보였다. 이 깨달음 이후 나는 조금씩 하나하나 도전했다. 그리고 동대신문이라는 도전은 아장아장 걷던 나의 걸음을 달리기로 바꿔놓았다.

처음 맞닥뜨린 신문사에서의 시간은 전부 낯설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은 물론,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모두 새로웠다. 그리고 이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했고 인내에는 고통이 따랐다. 출입처 취재를 위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했다. 원래 낯가리는 나로서는 정말 힘들었지만 정작 아쉬운 사람은 나였다. 낯가림 따위는 벗어던져야 했다. 또 조판 기간에 내가 맡은 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새벽 한 시에 집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원래 하던 일에 크고 작은 신문사 일이 더해졌다. 잠까지 줄여가며 할 일을 해도 일이 줄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생각하며 다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었던 적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일을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치는 비겁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중간중간 속도가 쳐졌을지언정 달리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수습기자 생활이 끝나는 지금, 어색했던 바쁜 하루는 당연한 내 삶의 일부가 됐다. 동시에 나는 한 뼘 더 성장해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넉살 좋은 척할 수 있게 됐고, 주어진 일들의 우선순위를 따져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익숙해진 순간도 잠시 수습기자 생활을 보내고 새로운 정기자의 삶을 맞이할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6개월간 겪었던 인고의 시간은 나에게 피와 살이 되었지만, 결코 쉽지 않았고 힘들었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또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님을 알기에 다시 한 번 낯선 것들을 온몸으로 부딪치려 한다. “반갑다, 낯선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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