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범 물리반도체학과 교수

 일반인들에게 3월은 봄이라는 계절의 일부지만, 대학이라는 곳에서의 3월은 여러모로 새로움과 설렘으로 가득 차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특히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첫 수업을 듣게 되는 새내기들에게는 좀 더 특별한 날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인생을 살면서 늘 문제에 직면했었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로 한정을 하면, 여러 시험을 통해 객관식 질문에 답을 선택해야 하고 주관식 질문에 답을 적어야 했다. 문제가 객관식이든 주관식이든 자연스럽게 정답을 찾아야만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고, ‘틀리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감과 초조함도 함께 가졌었다. 또한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의 정답을 최대한 많이 맞혀야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논리를 추구했었던 것 같다.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면 ‘인생’이라는 문제는 객관식일까? 주관식일까? 솔직히 이야기해서 필자도 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왠지 둘 중 하나로 명확하게 갈리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길로 갈까? 무엇을 먹을까? 현금을 낼까? 등 대학에 오기까지도 개인마다 횟수의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 학과, 전공, 전형 방법 등 여러 번의 객관식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런 선택 뒤에는 무슨 강좌를 수강할 것인가? 강의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 에서부터 나의 현재는 어떻게 채워지고 있는가? 어느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이 길이 맞는 것일까? 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질문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번호로 간단히 고를 수 있는 객관식이라기보다 조금 더 고민해 조심스럽게 답을 서술해야 하는 주관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정리를 해보면 인생이라는 문제는 객관식과 주관식이 혼합된,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고난이도 문제이고, 필자가 경험해온바, 언제나 단순한 객관식 질문 뒤에는 구체적인 생각을 필요로 하는 주관식 질문이 따라 오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이라는 질문에 정답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확히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각자 여러 모습의 삶을 살아가듯 다양한 선택이 존재할 것이고, 그 선택 뒤에는 수많은 주관식 답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실수 없이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답을 아직 쓰지 못했다고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 답을 길게 빨리 쓰는 것이 옳은 것도 아니다. 이 질문에는 어느 정도 선에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며 여러분은 최선을 다해 생각하고 고민하여 답을 선택하고 쓸 수 있다. 이제 인생이라는 문제에 여러분의 대학 생활을 아낌없이 투자해 도전해보고 그 답을 차곡차곡 써 내려가 보기를 바란다. 그 도전은 절대 부끄럽지 않고 그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충분한 답을 완성했다면 그대로 과감히 나아갈 것이며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했음에도 시간이 지난 후에 자기가 한 선택을 후회하며 되돌리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되돌리기기에 앞서 나의 선택에 맞는 주관식 답을 쓰기 위해 충분히 고민하였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각자의 잣대에서 노력이 부족했다 생각되면 그 선택에 좀 더 노력을 투입해 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동국대학교에서 새 출발을 하는 새내기와 새 학기를 시작하는 재학생 여러분의 선택은 매우 훌륭하였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선택한 길에 자신의 개성에 어울리는 주관식 답을 적을 차례입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 중에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우연이라는 다리를 놓아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언제나 노력하는 동대인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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