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대표자들의 학내사안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5월 16일로 예정됐던 대의원총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열리지 못했다. 대의원총회는 우리대학 학생대표자들이 모여서 총학생회칙과 같은 회칙을 만들고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회의다. 이 중요한 회의에 우리대학 학생대표자 232명 중 49명만이 참석했다. 결국 대의원총회는 의결정족수 78명을 넘지 못해 개회조차 할 수 없었다.


최근 사회과학대학 정·부회장 보궐선거 파행의 원인이었던 총학생회칙의 문제와 회칙 해석의 문제는 모두 대의원총회에서 해결할 수 있다. 대의원총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회칙 해석 권한을 독점하는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도록 회칙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회의다. 하지만 학생대표자들의 불참으로 대의원총회에서는 어떠한 심의와 의결도 이뤄질 수 없었다. 학생대표자가 정치적 기능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학생들은 학생대표자를 선출할 때, 학생대표자에게 정치적 행위를 기대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정치성이 아닌 복지 공약이나 친밀감을 기준으로 학생대표자를 선출한다. 이는 학생대표자의 정치적 결정에 반발을 가져오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니 학생대표자가 대의기관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학생사회에 남아있는 갈등의 찌꺼기들이 치워지지 못하고 계속 남아있게 된 것이다. 사회과학대학 정·부회장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총대의원회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여전히 붙어있다. 이렇게 정치적 이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자꾸 쌓여만 간다.


최근 학생대표자들은 학생 복지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결정권을 위임받은 학생대표자의 역할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그 결과, 학생사회가 함께 움직이기 위한 회칙 개정이나 기구 설립 등이 불가능해졌다. 학생대표자들에 대한 평가는 결국 ‘어떻게 학생복지를 실천하는지’, ‘얼마나 재미있는 축제를 꾸리는지’ 등과 같은 일에 함몰돼버렸다. 학생대표자들의 정치적인 기능은 한낱 장식에 불과해져버렸다.


학생대표자가 선출되지 못하고 그 기능을 대신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학생들에게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비상’이라는 뜻에 담긴 ‘비정상’적인 상황을 ‘비정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학생사회에 남아있는 산적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학생대표자들은 과연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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