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세미 기자.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 단말기인 키오스크(kiosk)로 주문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기업 역시 앞다투어 새로운 무인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와 이디야의 스마트오더가 대표적 예시다. 무인 서비스는 변화된 사회에 맞춰 등장했고, 우리의 생활 역시 변화시켰다. 키오스크가 아르바이트생을 대체하는 지금, 사회와 대학생인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

 

성장하는 무인 서비스 산업

무인 서비스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요즘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 때, 영화를 선택하고 극장에 입장하는 전 과정은 직원의 안내 없이 이루어진다. 키오스크와 영화표 리더기가 직원의 역할을 대신한다. 실제로 우리대학 고원지(회계19) 씨는 “요즘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무인 서비스는 점원 역할의 단순한 대체를 넘어 기존의 서비스보다 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리브영 강남 본점은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 미러를 구비했다. 스마트 미러는 소비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피부 나이와 가장 적합한 제품을 알려준다. 이러한 무인 서비스는 VR(가상현실)을 통해 더 사실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

기술이 발달하고 무인 서비스를 반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무인 서비스의 도입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무인서비스인 키오스크는 2013년 1800억 원에서 2017년 2500억 원으로 국내 시장 규모가 4년 만에 47.1% 급성장했다. 이러한 급성장은 무인 서비스가 매장의 경제적 이익 개선을 이뤄냈기에 가능했다. 점주의 입장에서 무인 서비스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나타난 경영 부진의 돌파구가 된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무인 서비스로 운영 시, 유인 점포로 운영할 때보다 이익이 약 1.5~2.5배 개선된다. 키오스크의 한 달 대여료는 20만원 정도로 하루에 8시간 일하는 직원의 3일 치 임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인 서비스는 대면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소비자에게 편리성과 안전성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편리성을 살린 것은 앱 주문이다. 앱 주문은 소비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앱을 이용하면 굳이 해당 매장에서 주문해야 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는 매장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주문하고 해당 제품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기존의 대면 접촉을 통해서만 이루어졌던 서비스 제공이 비대면 접촉으로도 가능해지면서 서비스 제공의 물리적 반경을 확대한 것이다. 또한 무인 택배함은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없애면서 소비자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한다. 이러한 무인 택배함을 이용해본 대학생 이예슬(23) 씨는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적어 안심하고 이용하는 거 같다”고 답했다.

 

무인 서비스의 불완전한 수혜

그러나 무인 서비스의 발전이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무인 서비스가 보편화될수록 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노령층의 불편함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실례로 박막례 할머님 유튜브 채널에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올라와 무인 서비스 이용을 어려워하는 노령층의 어려움을 실증하기도 했다. 현재 도입된 무인 서비스는 현금 사용이 불편하고 복잡한 선택 옵션을 일일이 체크해야 하기에 노령층이 적응하기 어렵다.

더불어 현재 무인 서비스에는 장애인을 위한 보조책이 없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주문할 때 점자가 필요한데, 터치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는 점자 안내 서비스가 없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은 현재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인 서비스를 불편하게 느끼는 건 비단 노인과 장애인만이 아니다. 2030대의 젊은 세대 역시 무인 서비스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평소 키오스크 주문을 꺼린다는 대학생 전지현(20) 씨는 “평소 결정하는 걸 어려워하는데, 키오스크에는 선택 옵션이 많아서 주문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제품 설명을 직원에게 듣는 것처럼 자세히 들을 수 없으니까 잘 모르는 매장에서는 제품을 이미지만 보고 대충 고른다”고 밝혔다. 또한 대학생 임채현(21) 씨는 “키오스크를 통해 적립이나 할인을 받는 과정은 복잡하다”며 “할인을 받으려면 QR 코드를 입력하고 본인 인증을 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복잡해서 중간에 할인받는 것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무인 서비스의 보편화는 점원 고용의 필요성을 낮추기에 일자리 감소 문제의 위협요인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노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앞으로 15~20년 사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중심으로 현재 일자리의 14%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편의점, 세탁소, 카페 등 다양한 업계에 무인 서비스가 도입되며 이러한 고용 감소 위험을 실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대학 선민지(법학18) 씨는 “무인 서비스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는데 이러다 내 알바 자리까지 사라질까 봐 두렵다”라고 답했다.

 

변화하는 무인 서비스에 대한 우리의 자세

하지만 한국물류학회 이상근 박사는 무인 서비스를 하나의 사회적 변화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세대는 과거의 어느 세대보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받길 바란다. 무인 서비스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존중하고, VR이나 여러 선택 옵션을 통해 더 맞춤화된 정보를 제공하며 등장했다. 따라서 무인 서비스의 보편화를 단순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박사는 “특정 서비스나 상품은 항상 장단점을 지니고 있으며 같은 특성이라도 장점으로 인식되던 특성이 다른 시점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며 “그렇기에 무인 서비스의 장단점은 특성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는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기술 소외 우려에 대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은 점차 사회의 새로운 소비 세력으로 부상한다”며 “그렇기에 젊은 층을 대상으로 개발되던 키오스크는 점차 노인이 사용하기 편하게 보완될 것이다”고 밝혔다.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 시각장애인은 터치가 아닌 음성 인식으로 키오스크 주문을 할 수 있다. 일자리 감소 문제 역시 그는 “무인 서비스의 보편화로 나타난 일자리 감소 문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며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술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계의 역할을 한다”라며 “컴퓨터의 등장으로 단순 작업을 하는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많은 직업이 새롭게 창출됐다”고 말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현재 무인 서비스로 나타나는 불편함은 기술의 발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무인 서비스로 나타나는 문제점은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면대면 접촉을 피하는 현상이 팽배해지는 것은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된다. 무인 서비스의 보편화는 면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러한 현상을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박사는 “면대면 접촉을 피하는 현상이 심해지면 콜 포비아(call phobia)부터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그렇기에 사회적 차원에서 이러한 현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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