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로서 중립적 사고는 본원적인 자질로 여겨졌다. 교내의 크고 작은 사건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그것과 근본적으로 닮아 있었다. 때문에 ‘동국대학교’라는 한 사회를 신문에 담아내는 학보사 기자로서 펜의 무게는 항상 무겁게 느껴졌다.


작은 사건일지라도 그것을 보는 각 집단의 이해가 다르며, 그 안에서도 무수한 의견대립의 가능성은 항상 농후했다. 때문에 학보사는 대립하는 양자의 목소리를 공평하게 담아낼 줄 알아야 함을 느끼게 됐다.


중립은 비겁하거나 나약한 것이라는 혹자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 중립은 이념과 사상의 단단한 프레임을 과감히 탈피해 객관적으로 세상을 조망하는 개방적 시각이며, 그럼으로써 옳고 그름에 대한 즉각적이고 섣부른 판단을 기꺼이 유보할 수 있는 용기다. 때문에 중립은 양 극단의 단순한 중간적 위치가 아닌 중도(中道)의 가르침에 닿아있다.


교내의 이야기들을 접할 때 주관을 배제하고 사고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주관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면 그에 따라 옳고 그름에 대해 무비판적인 즉각적 판단을 내리게 됐고, 그 판단이 고착화되면 나만의 편협한 정의 관념이 생성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정적인 정의 관념으로는 결코 좋은 기사를 쓸 수 없다. 옳고 그름에 대한 고정된 사고는 아군과 적군, 선악 판단에 있어 한편에 치우친 우매한 추구를 야기할 뿐이었다. 그런 기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기자에게는 중립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지워져야 한다. 중립은 양 극단의 대립되는 주장, 그리고 힘없이 묻히는 소수의 목소리를 편견 없이 들을 수 있게 한다. 이제 정기자가 되는 나는 활발한 입보다 차분한 귀가 돼 동국의 모든 소리를 경청하는 동대신문 기자로 성장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