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1·2·3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인류의 예상을 뛰어넘는 우리 삶의 총체적 패러다임 혁명이라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이 추구하던 효율성 제고, 생산량 증가 그리고 에너지 혁명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정체성과 인간의 가치전반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1·2·3차 산업혁명을 모두 융합하는 ‘융합혁명’이라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흔히 ‘ABC혁명(AI, Algorithm, Big Data, Cloud Computing)’이라 지칭되는 융합, 공유, 창조의 큰 틀 속에서 ‘초연결, 초지능, 초스피드’로 대변되는 산업혁명이다. 이 점에서 시간과 공간, 인간과 로봇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존의 물리적 개념마저 변화시키는 인지환경과 정서환경을 변화케 하는 ‘상상혁명’이라는 점에서 대학교육에 주는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고 크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대학교육의 위기

이 점에서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이 주는 커다란 변화와 영향을 인지하면서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정확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기도 하다. 더구나 우리 대학의 환경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수준 높은 학생 충원의 문제가 심각한 현실로 다가와 있고 세계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과제 또한 간단치 않은 형편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기존의 대학체계를 재구조화해야 하는 대학의 생존의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물리적으로 23만 명 정도의 학생 충원이 어려워질 것이고 등록금 동결 등 재정난에 따른 교육 인프라와 연구 인프라의 구축에도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 부족과 양질의 교육을 하기 위한 인프라의 한계 그리고 재정 확보의 곤란 등은 4차 산업사회의 파고를 넘는 우리 대학들에게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될 전망이기도 하다.
4차 산업사회에서의 대학교육은 한마디로 소프트웨어 혁명에 치중해야하는 교육혁신 어젠더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교육혁신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재정, 소프트웨어, 인프라 그리고 수준 높은 학생 확보 등이 한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은 교수학습혁명이고 학과와 전공의 벽을 무너뜨리는 융합혁명이며 전통적 대학관이나 대학 시스템의 대변화를 요구하는 혁명이다. 4년제 대학의 교과과정이 수업연한을 초월한 융합교과과정으로 전환해야 하고 캠퍼스 중심의 대학 인프라도 탈 캠퍼스 중심의 대학 인프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한마디로 스마트형 대학으로의 대전환과 스마트 학습과 스마트 연구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형 대학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만 지속가능한 대학의 발전이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환경은 교수혁명, 교과과정혁명, 학습혁명, 인재혁명에 현명하게 대처해야하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23년까지 IoT에 의한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AI 의사, AI 약사, AI 변호사, AI 회계사 등이 가까운 장래에 예견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학은 기존의 대학관에서 탈피하여 시대에 부응하는 대학교육으로 대전환이 생존전략의 최우선 과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직면한 국내외 대학들은 나름대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우 디지털 휴머니티 강좌를 통해 교양교육 전반의 개혁을 꾀하고 있고 스탠퍼드 대학이나 버클리 대학 등은 인지과학, 전공영역을 확대하거나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통합 사이언스 등의 접목을 통해 시대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 기업형 교과과정을 확대해 스타트업 프로그램과 코딩, 컴퓨터 사고의 배양에 관련된 여러 영역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대학들도 소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기술이라 볼 수 있는 AI, Big Data, FinTech, Robot, 의·생명과학, AI 윤리학, 융합예술, 3D 프린팅, 5G 관련 전공영역 등 4차 산업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양성을 위한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융합 공동 커리큘럼, 융합기술과학대학 등 다양한 융합학과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특히 4차 산업사회는 기술의 생명주기가 짧고 융합의 재융합이 이루어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단일학문, 단일학과, 단일전공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 점에서 대학은 시대에 맞는 ‘헤쳐 모여 혁신(Restructuring Innovation)’을 시도하지 아니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인문사회계통이나 예체능계통은 이 시대에서 소외받는 학문영역이 아니라 융합콘텐츠영역으로 매우 중요한 전공영역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만남, 인문사회와 이공계의 만남, 예체능과 이공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대학혁신이 요구되는 사회이다. 의·과학 영역 또한 공학영역이나 자연계 영역, 인문사회영역과 접목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적 요구를 받고 있다. 학위과정도 Nano, Micro학위 등이 등장하고 미네르바스쿨이나 MOOC과정, Alt공대 등 혁신적 모델이 등장했다. 한 마디로 대학은 대전환기이고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4차산업혁명 체험관에서 3D 프린팅과 범죄수사를 접목한프로그램을 체험 중인 학생들(사진=우리대학)

4차 산업혁명과 대학교육의 변화

하버드 대학의 프레이리 교수나 옥스퍼드 대학의 프리드먼 교수 같은 분들은 2030년경이 되면 세계의 많은 대학이 사라질 것이고 대학교육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혁신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대학 비관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현재의 대학들은 캠퍼스 중심, 정해진 교과과정 중심, 학과전공 중심을 고수할 때에 이들이 경고하고 있는 것처럼 대학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판단된다.
대학은 향후 캠퍼스 중심에서 탈 캠퍼스 체제로, 교수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 학위 중심에서 경험과 체험 중심으로, 교과과정 중심에서 학습 카페테리아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견된다. 한마디로 기존의 전통적 대학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하드웨어적 대학의 캠퍼스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내용이나 과정이나 교육은 온전히 틀을 바꾸어야 하는 소프트웨어 대학혁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점에서 대학은 캠퍼스가 없고(Campusless), 책이 없는 도서관(Bookless Library)이 일반화되며 교수가 없는 강의실(Professorless Classroom)이 보편화되는 학습 플랫폼(Learning Platform)의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견된다.
얼마 전 스탠퍼드 대학의 후버 연구소에서 세계적 석학들이 모여 미래의 대학들을 예견할 때에 전통적 대학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듯이 향후 대학의 모습은 학위 없는 사회, 스펙 없는 사회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은 수 천년동안 캠퍼스 중심의 사고와 특정 전공 중심의 사고, 그리고 학위 중심의 사고로 성장해왔고 상아탑으로 지칭되는 지성의 요람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산업사회 이후 대중고등교육화로 University의 개념과 Multiversity의 개념으로 확대되어 오늘에 이르러 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는 오프라인 교육에 의존했던 대학관이 온전히 온라인과 새로운 학습방법인 융합학습, Flip 학습, PBL, EBL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방법이 등장함으로써 기존의 대학 교육관을 변화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학습방법의 대변혁과 함께 교과과정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고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인재상은 창의성, 협동심, 도덕성, 통합적 사고능력, 통합적 문제해결능력, 의문형 사고, 디자인 사고 등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강조한다. 이러한 인재상은 전통적 대학교육으로는 배출해낼 수 있는데 매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래학자들은 2030년경에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훨씬 초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직업의 절반이상을 AI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특히 신물질의 발견, 전통적 스피드를 초월한 초스피드 운송수단, 3D 프린팅에 의한 제조, 인간의 평균수명을 훨씬 초월하는 의·과학 발달,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공할만한 예측기술 등은 교육의 대혁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학교육은 위기에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형 사고와 문화를 구축하는 일이고 그것은 대학교육의 대혁신을 통해서 일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일러스트 출처=freepik company

4차 산업혁명과 대학교육을 위한 제언

미래 대학교육에 대한 예견은 극단적인 판단에서부터 보수적인 판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의 대학교육은 현재의 대학교육 모습의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학습자는 자기재단형 학습자(Self Tailored Learner)가 일반화될 것이고 교과과정선택에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현장착근형 자기주도적 학습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한 전공으로 평생직장을 갖는 환경 또한 급격히 변화될 것으로 예견되어 대학교육은 강한 기초교육과 전공을 토대로 초전공융합학습 플랫폼 형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대학들은, 제일 먼저 4차 산업에서 필요한 핵심 기술 관련 융합전공과 창의성과 협력, 그리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추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대학이 해야 할 미래의 방향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4차 산업사회의 핵심중심 기술영역을 준비하기 위한 다학문적·융합적 교과과정을 개설하는 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학습자 중심의 교과과정과 학사운영체제로의 혁신적인 변화를 도모해야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캠퍼스 중심의 학습자가 아니라 캠퍼스 역할을 4차 산업사회에 맞도록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한 확충 캠퍼스(Campus Extension) 프로그램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교수의 역할과 기능을 시대에 맞게 점진적으로 전환해 가는 풍토가 필요하다. 교수의 정체성과 전공영역을 존중하되, 융합적 체제로 전환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융합전공 공존문화’를 정립하고 학습자의 변화에 걸맞은 교수의 역할, 예컨대 촉매자, 학습 디자이너, 학습 카운슬러, 학습 파트너의 역할을 간과하지 않도록 점진적인 혁신체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네 번째, 캠퍼스 중심의 대학은 매우 가까운 장래에 큰 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점에서 캠퍼스 중심의 대학관에서 조속히 탈피하여 우리 대학들이 안고 있는 재정적 한계, 학생충원의 한계, 교육의 질 제고의 한계,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한계 등을 극복하는 4차 산업형 학습 플랫폼 형태로 대전환을 꾀해야 되리라 생각한다.
다섯 번째, 4차 산업사회의 산업지도 대변화가 말해주듯 대학교육은 앞으로 융합, 혁신, AI와 인간의 효율적인 협력, 첨단과학과 초연결사회에 직면할 수 있는 도덕성과 정체성 등을 충분히 감안하여서 이와 관련된 교육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4차 산업사회의 부작용으로 여겨지는 인간의 기계화, AI로봇의 인간화에서 비롯된 정체성의 문제라든지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른 삶의 가치 그리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 등 4차 산업의 부작용에 대한 대학의 역할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그 시대마다 필요한 인재와 인력을 배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4차 산업은 이러한 안정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크게 변화시키는 통합적 패러다임 전환의 기술·문화·사고 혁명이기 때문에 대학은 이러한 변화를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데에 대학인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