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17)

 세상에 사소한 죽음은 없다. 지난 8월, 서울대학교의 청소노동자가 죽었다. 폭염을 막지 못하는 열악한 휴게실 탓이었다. 열악한 것은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사회과학대 운영위원회가 동국대학교 내 휴게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23개 중 16개 시설이 지하에 있고 전체 휴게시설의 3분의 2는 환기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계단 밑에 있어 소음이 심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풍이 심한 곳, 가건물로 된 곳, 정화조가 옆에 있는 곳, 심지어 침수되어 곰팡이가 핀 곳도 있다고 한다.


사회과학대에는 그처럼 열악한 휴게실조차 없다. 사회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경영대 지하 2층에 있는 휴게실을 이용해야 한다. 휴게실이 너무 먼 탓에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의자를 두고 쉬기도 하였다. 그 의자마저 빼앗긴 후엔 앉아서 쉬지 못하고 “그냥 서성거린다”라고 한다. 청소노동자가 사회과학대 운영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마치 청소노동자는 없어도 되는 사람으로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무시할 수는 없다.


해리포터가 계단 밑 벽장에 사는 것이 학대라면, 계단 밑 곰팡이 핀 휴게실조차 사용하기 힘든 것은 어떠한가. 휴게실 문제는 인권의 문제다. 인권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무시될 수 없다. 중학생도 아는 당연한 사실이다. 이런 당연한 사실들이, 때로는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고는 한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수년째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된 것은 거의 없다. 예산과 공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인권이 우선함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면 청소노동자가 사람임을 잊어버린 것인가.


학생·교수·교직원과 마찬가지로, 청소노동자 역시 학교의 구성원이다. 새내기 후배들을 보기 미안했던 2018년 3월, 청소되지 않아 지저분했던 학교를 기억한다. 당연히 치워져 있을 것 같던 쓰레기가 넘쳐흘렀다. 막힌 변기는 수 주 동안 방치되었다. 막히지 않은 변기를 찾으려 건물을 오르내리고는 했다. 청소노동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학교에서 학문적 성취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자동차의 조그만 부품 하나만 빠져도 사고가 날 수 있듯이, 청소노동자 없이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글을 쓰면서, 청소노동자 문제가 진부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진부한 주제를 참신하게 풀어내지 못한 것은 온전히 글쓴이의 탓이다. 그런데, 진부할 정도로 오래된 문제는 왜 아직 해결되지 못했는가. 정말 진부한 것은 청소노동자 문제 자체가 아니라, 청소노동자 문제를 회피하고 무시하는 태도이다.


당연해 보이는 것들을 다시 생각한다. 쓰레기는 당연히 치워지는 것인가. 그렇다면 작년 3월의 학교는 무엇이었나. 인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학교는 당연히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고, 인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당연한 것과 아닌 것이 뒤바뀌어 버린 지금은 2019년이다.


지난 11월 13일, 문과대·사범대·사회과학대 학생단체와 청소노동자가 참여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개선을 위한 이번 회견에서는 학생과 노동자의 요구안이 학교 측에 전달되었다. 학교 당국이 이른 시일 내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8월 숨진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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