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유정주 동문,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주)꽃다지의 대표이사로 「신 머털도사」를 제작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알아주는 애니메이터에서 국회의원이 된 그에게 문화·예술계에 관한 비전을 들어봤다.

▲ 21대 국회 비례대표 유정주 당선인. (사진 제공=유정주 당선인.)

5월 말 21대 국회 입성을 앞둔 그는 여전히 애니메이터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비례대표로 추천받기 전부터 진행하던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고 있어요.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국회의원 당선 전후로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제작자로서 보고 겪은 업계의 불공정한 일들은 입법을 통해 개선할 과제로 다가와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밑거름이 됐다. 당선인은 기존 제작 일정으로  당에서 하는 활동에 비교적 빨리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보좌진들과 국회에 입성하여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살피고 있다”며 예비 국회의원으로서도 바쁜 일상을 전했다.

애니메이터에서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애니메이터였던 그가 처음부터 정치인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그가 겪은 문화·콘텐츠 분야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컸다. 두 분야 모두 문화·콘텐츠 분야 중에서도 열악한 환경으로 손꼽혔고 힘들지 않은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맡게 된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회장’과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자리는 당선인에게 정치의 필요성을 일깨워 줬다. 당선인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전달하고 다른 이들의 입장을 청취하면서 무엇보다 업계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라며 정치인이 되고자 한 이유를 밝혔다. 제작자의 고충을 몸소 체험한 당선인은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분야의 선결과제가 ‘공정’의 확보임을 강조하면서 “빛이 들지 않는 분야에 타당한 권리를 부여하고 작품에 이바지한 사람, 집단, 업체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공정한 자신의 몫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애니메이션 업계 이제는 감탄고토를 멈출 때

문화·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은 매년 그 시장의 규모와 중요성이 커지면서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은 해외와 비교해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나치게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집중해 청소년용, 성인용, 가족용 등 다양한 소비층에 접근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부진의 원인을 해당 산업에 대한 인식과 창작자들의 도전 정신 부재로 꼽았다. 60년대에 故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있었지만, 80~90년대까지 만화는 유해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성장력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0년대 3D 애니메이션으로 세대교체가 된 이후 애니메이션 산업 부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뽀로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이에 당선인은 “유아용에만 집중하는 것은 창작자들의 뜻이 아니다. 성공 사례가 많은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다 보니 성인물이나 청소년물 등은 진입 불가라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업계 안에서도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꾸준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의 지원과 입법, 플랫폼들의 관념 변화 역시 함께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법안을 제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제아무리 좋은 법안이라도 꾸준한 관리 감독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유 당선인은 작년 제정된 애니메이션 진흥법에 대해 “법은 세심한 사안을 전부 담아낼 수 없다. 때문에 기존의 법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수시로 감시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법도 시대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며 기존 법안의 시행을 관리 감독하는 부처의 신설과 더불어 현실적 방안 마련 및 지속적 관심을 약속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향방은?

유정주 당선인은 애니메이션 제작자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분야의 목소리도 대변하게 됐다. 후보 등록 당시에도 이에 걸맞은 공약을 내놓았는데,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식재산권의 해외 유출 방지이다. 그는 “제작과 기획은 자식을 키우는 일만큼 파란만장하다. 자신의 작품에 정이 들고 그런 작품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라며 제작자들의 심정을 전했다. 덧붙여  “요즘 제작자들은 자식과도 같은 작품을 해외로 입양 보내 세상의 빛을 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 문화·예술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불공정한 현실에 항복하는 가난한 창작자를 돕기 위해 시스템의 개선을 주장했다. 또한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만연한 이와 같은 문제를 풀어가면서 지식재산권 유출 현황과 중요성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현재 코로나19로 난항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에는 “현재 긴급 사안으로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다”라며 “지원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받기에는 장벽이 높고 실효성이 있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해외의 긴급 상황을 대비한 상시 기금 제도나 맞춤형 융자 프로그램의 구축을 먼저 다루겠다”고 밝혔다.

평범하지만 조용하지 않게

여성 의원 비율이 19%로 현저히 낮은 21대 국회에 대해서 그는 “적절한 균형은 언제나 중요하다. 남성 의원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위상으로 제 몫을 해내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정치인으로서 신념을 묻는 말에 “교감할 줄 아는 사람, 벽을 두지 않는 사람이 내가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이라며 높은 곳에 있다는 착각을 버리고 ‘평범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나 한번쯤은 불의에 맞서 사회 정의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느낀다. 그러나 당장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린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이를 표현하고자 하는 용기는 쉽사리 내지 못한다. 당선인도 “항상 정의와 차별에 대한 막연한 고심과 의문이 있었지만 20대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이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도 저처럼 용기를 잃지 않고 함께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자”며 응원의 메세지를 덧붙였다.

“시민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정치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당선인은  오는 30일을 시작으로 국회에 입성한다. 험담, 반목이 아닌 진정성 있고 이타적인 목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국회의원 유정주’의 활약을 주목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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