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픽사베이(pixabay).

우리대학 졸업생 한나경(국문문창15) 씨는 코로나19 이후 줄줄이 연기 혹은 취소된 취업 공채로 걱정이 많다. 올해 2월 졸업한 그는 지금까지 지원한 몇 군데 되지 않는 회사에서 고배를 마시고 나서 취업 지원 사업을 자주 찾아보며 취업 준비 기간을 버텨내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20대 청년 대부분의 현실이다.

 

청년취업 위기와 소비위축

 

코로나19로 인한 청년 취업난이 문제다. 이달 13일 통계청은 ‘4월 고용동향’을 통해 “임시직 취업자 수가 58만 7,000명 감소했고 일용직은 19만 5,000명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가 이달 6일에 공개한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청년 취업난이 올 하반기부터 전 산업에서 더욱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 심각한 건 청년세대의 대출 증가와 가계소비 감소다. 이달 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 3월 전 세대 중 가장 대출 연체 증가율이 높은 세대는 20대였다. 20대 금융거래 총대출액은 43조 1,620억 원으로 전월 41조 1,107억 원 대비 5%가량 늘었다. 이는 전 세대(30대 2.1%, 40대 0.7%, 50대 0.1%, 60대 -0.5%)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또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는 2020년 1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이 394만 5,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9% 감소했다. 이와 같은 청년세대의 불안정한 고용과 위축된 소비를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 매체에서 ‘득도소비’라고 표현하며 수축 경제 시대를 염려했다.

 

경기침체의 대책 마련

 

정부는 급속도로 진행될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계획 중이다. 대책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정부가 개입해 직접 일자리를 마련하는 방법이다. 이달 14일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디지털 분야 일자리를 포함한 약 55만 개 공공일자리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지원금, 서비스 제공 사업이다. 정부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 중이며, 대부분 선별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일자리 사업은 사실상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늘릴 뿐이며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삼기 때문에 근본적인 일자리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취업 준비 중인 김소영 씨(25)는 청년 대상 지원 사업의 자격 요건을 문제 삼으며 “중위소득만으로 판별하는 것이 공정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란 국가가 국민 모두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보편성(전 국민 대상) ▲개별성(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무조건성(조건 없이) ▲주기성(정기적으로) ▲현금성(현금 형태)을 특징으로 한다. 18세기 사상가 토머스 페인이 인간의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권리를 근거로 주장한 이 제도는 현대에도 전략적 경제 정책 대안으로 연구되면서 그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기본소득제도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를 처음으로 제안한 윤형중 씨는 작년 10월에 ‘2021년부터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월 30만 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던 민간연구소 랩2050의 연구원 팀장이다. 그는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이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제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시도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랩2050 이원재 대표는 기본소득제도가 청년들에게 좋은 동기가 될 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많은 청년이 불안한 미래를 염려해 공무원 준비에 뛰어드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라며 “청년들이 더 도전적인 일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본소득이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2020년 이전부터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2019년부터 경기도 내 ‘청년 기본소득’ 사업을 시행했고, 지난 4월, 전 도민을 대상으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시행하며 정부, 지자체 재난지원금 사업 중 폭넓은 사업을 시행했다. 경기도의회는 재난기본소득 이후 새로운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건건이 조례 제정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법적 토대 ‘경기도 기본소득 기본 조례안’을 이달 18일 입법예고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우려와 비판들

 

기본소득에 관한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천문학적 비용과 그에 따른 영향에 관한 것이다. 올해 5월 초부터 시행된 정부의 한시적 긴급재난지원금의 예산은 14조 3천만 원이었다. 이는 가구 인구 1인 40만 원, 2인 60만 원, 3인 80만 원, 4인 100만 원 기준에 따른 예산이었다. 즉, 이 사업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매달 14조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기본소득제도의 재원 확보를 문제 삼으며 최근 활발했던 기본소득제 논의가 사실 ‘몇 년 전 핀란드가 재정 문제로 포기한 실험’이라고 꼬집었다.

둘째는 ‘효과’ 여부다. 우리대학 송병호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제도에 관해 청년들의 노동 의욕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같은 내용을 지적한 박영범 교수는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응 목적의 실업급여가 구직 포기로 이어졌다는 사례를 근거로 기본소득제의 효과를 의심했다.

셋째는 사회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복지가 기본소득에 가려질 수 있다는 염려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3월 7일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에 기고한 칼럼에서 “더 많은 요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돈이 아니라 더 높은 질의 공공서비스를 제한 없이 보장받는 것, 경쟁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사회서비스를 누리는 것, 돈 없이도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진영논리를 넘은 새로운 패러다임

 

이처럼 여러 의견이 분분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21대 국회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용혜인 당선인은 최근 기본소득당에 복당하며 이달 12일 개인 블로그에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가 한국 사회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보인 바 있다.

보수진영에서 역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달 18일 미래통합당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총선 평가 세미나’에서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은 “다음 대선의 화두는 기본소득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파식 기본소득’ 창안을 촉구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그가 번역한 책 <21세기 기본소득>을 출간하면서 “기본소득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역사 속 노예제 폐지나 참정권 확보처럼 무수한 실패와 퇴보 위에 자리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의 말처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기본소득제도는 지금보다 더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주제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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