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결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이기적인 것은 항상 나쁘고 이타적인 것은 항상 옳을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본성상 인간은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한 존재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그동안 우리는 너무 쉽게 ‘이기(利己)’를 비난하고 ‘이타(利他)’를 강요했다. 오히려 ‘이기’를 인정하고 ‘이타’는 존중할 때가 아닌가싶다. 그렇다면 붓다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대단히 흥미롭다. 그는 ‘이기’를 ‘이타’보다 앞세운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화장터 나무토막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조금 각색해 보았다


  “세상에는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남의 이익을 위해서도 살지 않는 사람; 남의 이익을 위해서 살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살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지만 남의 이익을 위해서는 살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이익과 남의 이익 둘 다를 위해 사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중략) 이 가운데 남의 이익을 위해서 살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지 않는 사람은 앞의 사람보다 뛰어나고 수승하다. 이 가운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지만 남의 이익을 위해서 살지 않는 사람은 앞의 두 사람보다 뛰어나고 수승하다. 이 가운데 자신의 이익과 남의 이익 둘 다를 위해서 사는 사람은 네 부류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으뜸이고 가장 뛰어나며 가장 훌륭하고 가장 높으며 가장 탁월한 사람들이다.”


  정리하자면 ‘이기’와 ‘이타’의 관계는 첫째, ‘이기’와 ‘이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둘째, ‘이기’를 ‘이타’보다 우선하는 것이 다음이며 셋째, ‘이타’를 ‘이기’보다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다음이며 마지막으로 ‘이기’나 ‘이타’를 모두 행하지 않는 것이 도덕적으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붓다는 ‘이타’를 우선하고 ‘이기’를 희생하는 삶보다는 ‘이기’를 앞세우면서도 동시에 ‘이타’까지 실천하려는 행위를 가장 권장했다. 붓다의 가르침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존재인 우리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진정한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 모두 합리적인 ‘행복주의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붓다의 가르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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