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 능력이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우려와 환영 교차

기존의 이력서와 블라인드 채용제를 적용해 가족관계, 신체조건, 학력, 출신 지역 등을 제외한 이력서를 비교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블라인드 채용제로 공기업 지원자들의 취업준비 방향에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차별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지원자들의 심리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능력에 초점을 맞춘 채용으로 업무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한계점도 제시되고 있어 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오가고 있다. 공정함을 강조한 블라인드 채용을 대비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방법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이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알아보자.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아 실력을 겨뤄야 합니다 ”
지난달 고용노동부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채용 시 입사지원서에 사진, 학력, 출신지 등의 항목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제’를 도입할 것을 발표했다. 현재 공기업에서는 이미 블라인드 채용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제를 도입한 기업이 늘어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방법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블라인드 채용제, How to?


블라인드 채용제의 도입으로 인해 입사 지원 시 지원자들은 그들을 제약했던 ‘출신학교(또는 학력)’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어떤 요소들이 지원자들을 평가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기업 채용 시 이력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게 되는 항목은 무엇일까.
정부는 직무 수행에 있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을 체계화해 ‘국가직무능력표준(NSC)’을 만들어 공기업 채용 시에 적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은 공기업에서 제시한 직무능력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와 경험기술서를 작성해야 합격확률이 높아진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인사팀에서는 “지원 직무와 관련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구체적으로 기재한 ‘직무관련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 인사팀에서는 “면접관에게 본인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경험기술서 및 자기소개서가 가장 우선적 요소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 공기업 인사팀 모두 지원자의 경험기술이 직무에 적합한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고 답했다.
또한,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경우 경험기술서와 자기소개서에 그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기재하는 것이 도움 된다. 각 공기업마다 요구하는 자격증과 가산점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그 기업에 맞는 취업준비방법이 필요하다. 공기업 공통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격증으로는 한국사능력검정, 컴퓨터활용능력, 한자능력검정 등이 있다.
이외에도 자신의 경험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로 그 직무와 관련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하는 것이 가산점을 받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제 시행으로 서류 전형을 준비할 시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은 자기소개서에 출신학교나 토익 점수 등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요소를 언급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만약 언급할 시에는 감점 요인이 된다.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스펙이 있다면 경험한 시기, 계기, 역할, 사건, 결과 등을 상세하게 기술하면 된다. 취업컨설팅 기업 ‘잡이룸’ 정태용 대표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지원 분야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 강조된 면접의 중요성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으로 인해 서류전형뿐 아니라 면접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서류상으로 알 수 없었던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면접 형태 또한 변화했다. 주로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하던 기존면접에서 직무 관련 능력을 보는 ‘심층 면접’ 형태로 심화된 것이다.
이는 면접을 볼 때 직무에 필요한 지식을 질문하는 것을 말한다. 면접에 관해 정 대표는 “직무와 업종에 관련된 인재상이나 직무역량에 관련된 핵심가치에 관련된 활동을 리스트 형식을 만들어 키워드 중심으로 생각하며 얘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면접할 때 주의사항은 블라인드 채용 시 밝히지 않은 자신의 학력, 출신지 등을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스공사 인사팀은 현재 “면접에서 지원자가 본인의 이름, 학력, 출신지를 발설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면접 전 지원자 및 면접관에게 블라인드 채용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러한 요소를 일절 발설치 못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격을 결정한 것은


작년 블라인드 채용으로 한전에 합격한 이유진 동문(전자전기 16졸)은 “블라인드 채용제로 뽑는 기업은 이력서뿐 아니라 면접 과정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눠준 대기업들과는 달리 블라인드 채용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전은 숫자가 적힌 명찰을 나눠줬으며, 면접 시에도 학교와 이름을 발설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과 이력서 작성에 관해서 전공 수업 중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지원 분야 관련 인턴 경험 및 자격증을 강조했다. 또한, 지원한 직군인 통신 분야에 집중해 취업준비 시 다녔던 박람회와 세미나 경험을 들어 신기술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어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진짜 학력이 배제되는지’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최종면접 전 제출한 성적표의 학교 마크까지는 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채용에서는 성적 관련 질문을 삭제해 블라인드 채용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1년 동안의 회사 생활을 통해 학력과 업무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한 “직무와 관련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회사에 적응도 잘하고 업무도 수월하게 한다”며 블라인드 채용제에 관해 긍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기대되는 긍정적 영향


블라인드 채용제로 인해 취업 준비 방법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시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제를 도입한 가스공사 인사팀에서는 “신규 채용자의 출신대학 분포가 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다양한 지역 출신의 직원들로 인해 조화로운 조직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제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전 인사팀은 “우리의 경우 전국에 사업소를 갖고 있어 다양한 지역, 다양한 학교 출신의 사람들이 채용되면 지역별로 인원 배치 등 인력운영이 오히려 더 용이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력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제를 통해 채용된 사람들의 업무 능력이 저조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인사팀은 “블라인드 채용제를 도입한 후에도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있어 업무 능력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며 이 제도가 업무효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블라인드 채용제는 차별적인 요소를 없애고 직무수행과 직결된 능력만을 본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학력 또한 학창시절 노력의 결과라며 학력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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