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할 자유와 권리

▲다르마칼리지 이은정 교수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학생이 글쓰기 자유 과제로 이 화제를 선택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학생들의 논지가 거의 한결같다는 데 조금은 우려가 된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하는 쪽으로 생각의 가닥을 잡았다. 이는 일반적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우려되는 것은 비판적 사고 능력의 상실 내지는 부재이다.

대학 글쓰기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요구하는 것이 비판적 사고 능력이다. 그러나 비단 글쓰기만이 아니다. 대학에서 탐구하는 모든 이에게 비판적 사고 능력이 요청될 뿐 아니라 대학생이 일종의 책무처럼 지녀야 할 능력이 또한 비판적 사고 능력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어떤 사안을 끈질기게 묻고 깊게 파고드는 정신이 탐구 정신이다. 명쾌하고도 확고한 답을 찾을 때까지 물음은 계속돼야 한다. 다른 사람의 견해를 그대로 따를 바에야 탐구 따위가 뭐에 소용 있을까. 탐구의 시작, 비판의 시작은 의심하는 데 있다.

다시 최근의 화제로 돌아가 보자. 여중생을 대상으로 부산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의 잔혹함에 많은 국민이 경악했고, 소년법에 의거해 14세 미만인 가해자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처벌은커녕 오히려 보호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에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주 여론이 되고 있다.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일주일도 안 돼 수십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도 전해 온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법치주의 국가에서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청소년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 폭력적인 아이들 뒤에는 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한 더 잔인하고 끔찍한 어른들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우리 사회 현 교육 제도나 환경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학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이제라도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지…

어느 세대보다 진보적이어야 할 대학생들의 짙은 보수성에, 공동의 가치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추구하는 그들의 모습에 교수들은 이제 더는 놀라지 않는다. 그 책임이 우선적으로 전가돼야 할 것이 우리 어른, 기성세대이며,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왕성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마비시킨 일차적인 책임이 돌아갈 것이 우리 기성세대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 배움과 탐구의 장이라는 대학에서, 현재 대학이 그 이름에 얼마나 걸맞은지의 중대한 논의는 지금으로선 차치하고,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주체로 바로 서고자 학생들이 노력할 수 있길. 그 시작은 다시 말하지만 의심하는 데 있다. 의심할 자유와 권리를 실컷 누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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