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스님 불교신문 논설위원, 시인

율장을 보면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당시 수많은 악행으로 화합을 깨뜨리고, 대중을 괴롭히며, 재가자들에게 빈축을 샀던 육군비구가 있었는데, 또한 이들 이름이 경전에 아라한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중 가류타이라는 비구는 『불설아미타경』에 대아라한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법화경』에서는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도 받는다. 가류타이는 얼굴이 검기 때문에 한역경전에서는 흑광(黑光) 같은 이름으로 의역되었다. 이 비구에 대해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있다. 그는 어두워진 뒤에 민가로 내려가 임신을 한 부녀자의 집에 가서 걸식을 했다. 부인이 그에게 음식을 주려고 문 밖을 나섰는데 때마침 천둥과 번개가 쳤다. 이때 가류타이의 얼굴을 보고 부인이 놀라서 소리쳤다. “귀신이다!” 그 충격으로 부인은 아기가 떨어졌다.
이밖에도 가류타이는 음욕이 강해 여인이나 비구니와의 관계에서 죄를 많이 범했고, 까마귀를 활로 쏘아 죽이는 등 출가수행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많이 저질렀다. 가류타이는 사위국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아라한의 도를 얻는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사위국의 모든 집을 욕되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청정하게 해야겠다는 서원을 세운다. 부부가 모두 과위를 얻을 때까지 천 집을 제도하리라 서원하고 마침내 그 뜻을 이룬다. 그러나 어느 날 도둑 두목과 간통하는 부인을 목격하게 되고, 부인을 위해 설법했지만 결국 도둑에 의해 머리가 잘리고 만다.
부처님께서 이를 수습하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의 허물은 때 아닌 때에 마을에 들어갔기 때문이니라.”
가류타이는 아라한이 되고 중생들을 제도했지만, 인과에서는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기사는 아무리 아라한이라도 자신이 지은 죄는 반드시 그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가류타이가 아라한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마 그의 솔직함일 것이다. 자신의 죄를 솔직히 드러내놓고 참회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가류타이는 부처님의 지시에 따라 대중 앞에서 참회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잘 순종하여 어기지 않았다.
그는 아라한이 되어 죄가 소멸되었지만, 그가 지은 업이 소멸된 것은 아니었다. 도둑에게 목이 잘려 죽는 비참한 과보를 받는다. 계율을 모으는 열 가지 뜻에서 아홉 번째로 ‘후세의 악을 끊기 위해서’라고 한 것은 중생들과 제자들을 위한 부처님의 진실한 대자비심의 발로임을 알 수 있다. 즉 가류타이는 악행를 통해 인과를 증명하고 깨달음을 얻은 역행보살 역할을 한 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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