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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함의 미학에 대하여

기사승인 [1596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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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빈(영화영상14)

나의 꿈은 늘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 행복하지 않아서도 아니었고, 대단한 행복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내 미래를 생각했을 때 나의 표정이 행복함을 그리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그 순간, 더운 여름에 얼음이 동동 띄워진 아이스티 한잔을 마시며 에어컨 아래에서 시원함을 맛보는 그 사소한 행복 말이다.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나의 꿈은 어느 순간 점점 나를 갉아먹는 강박감이 되었나 보다.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찌질한 나의 모습들은 마음 한편에 꼭꼭 숨겨두고, 마냥 행복해 보이는 나의 모습들만을 꺼내어 보여줬다. 나 자신을 또는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속여 왔다. 
우리는 이 뜨거운 청춘을 불태워야 하며, 아픈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해야 하며, 무언가에 미쳐야만 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나 자신에게 떳떳한 내가 되기 위해서.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없으면 나 자신에게 괜스레 당당하지 못하게 되는 이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찌질함을 감추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왜 우리는 꼭 무언가가 되어야만 할까. 아니면 무언가가 되기 위한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아야만 할까. 우리의 존재 자체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사랑받을 수는 없을까.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실패한 사람이 되는 걸까. 우리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수 없는 ‘무엇’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저 그냥 그런 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보잘것없는 한 사람. 보잘것없어도 사랑받는 한 사람 말이다. 
찌질함. 결함과 상처, 숨기고 싶은 모습과 과거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 크기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거나 혹은 너무 사소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나 또한, 여러분도 각자 떠오르는 일들을 애써 일기장에 숨겨놓고 내가 그리는 꿈과 이상향에 발맞추어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려 애쓴다. 앞서 말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꿈은 여전히 변함없다. 다만 행복하지 않은 나의 모습도 진정으로 사랑하려 한다. 무언가가 되지 못하는 나의 찌질함을 사랑하려 한다. 진정으로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용기를 내어 나 자신을 사랑해보려고 한다. 
현재 나의 숨기고 싶은 상처를 말하자면, 나는 지금 가족 중 누군가와의 작별인사를 앞두고 있다. 굳이 상처를 꺼내어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게 되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려 일말의 희망조차 품을 수 없게 될 테니까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용기 내어 말하고 싶다. ‘나는 때로는 불행해요. 아니, 그것보다 더 자주 불행한 사람일지도 몰라요.’ ‘나는 행복해야 하니까. 이런 상처는 행복한 나와 거리가 머니까 빨리 훌훌 털어버려야지’하는 생각들로 현재의 나의 상황과 감정들을 부정했다면 이제는, 나에게 일어나는 불행들도 똑바로 마주 보고 그 슬픔을 충분히 느낄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어떤 것, 박탈감, 자격지심, 열등감, 상처, 우울함, 실패 등의 크기도 종류도 제각각이겠지만 그것들을 꼭꼭 숨기느라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금 당장 뚜렷하게 하는 일이 없어도 괜찮아요. 또는 그 일이 잘 안되어도 괜찮아요. 남들에 비해 딱히 잘하는 것이 없는 것이 없어도, 온 세상 사람들이 나보다 잘난 것 같아도 괜찮아요. 더 찌질한 제가 조금 덜 찌질한 당신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전 그걸로도 괜찮아요. “청춘이여, 우리는 모두 찌질하다.” 이제는 저의 숨기고 싶은, 극복하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어요.

임혜빈 영화영상학과 14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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