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정치외교학과 14

 한 나라의 왕이 있었다. 왕은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 같냐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신하들은 권력에 아첨해 거짓말을 고한다고 죽였다.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신하는 반역을 꾀하는 자라고 죽였다. 왕의 물음에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과연 왕의 물음에 답이 있긴 한걸까?

 고용통계가 발표된 이후 우리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약 5000명 정도 되는 역대 최저 취업자 수 증가 폭으로 ‘고용 쇼크’ 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보수진영은 정부의 급격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해 초라한 성적표가 나왔다고 주장하며 근거로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들었다. 진보진영에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과감하게 진행했어야 하는 데 인터넷 은행 은산분리 완화, 최저임금 속도 조절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경제가 악화하였다고 진단했다.

 언론은 청와대와 행정부 경제 투톱의 정책적 혼선을 비판하고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 부총리두 사이의 정책혼선이 경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진단은 조금씩 달랐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고 김 부총리는 고용에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 관해서는 장 실장은 변함없고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부총리는 수정할 수 있고 경제 상황이 금방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하성이 정답인가? 김동연이 정답인가? 경제문제가 답이 없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정책 결과를 예측만 할 수 있을 뿐  결과가 예측한대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다각도로 발전하면서 답이 없는 문제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정답이 없는 문제에 정답을 내놓으라고 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거나 급해서 잘못된 답을 내놓게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그렇다. 명확한 해법이 없다. 자영업자 비율이 너무 높아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기에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고, 지금까지 대기업 규제완화 중심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으로 진행했는데 과연 경제가 좋아졌냐는 주장도 있다. 두 의견 다 충분히 들어볼 만하다. 즉, 두 이야기 다 논의 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 그리고 언론은 장 실장과 김 부총리의 갈등만 부각하고 각자의 방향을 정해놓고 “답은 정해져 있으니 그 길로 나아가라.”라고 주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길의 끝에는 과연 ‘경제성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답이 없는 질문에 각자의 주장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정당들과 생산적인 토론과정을 갈등으로 평가절하하는 언론을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말해야 한다. “저기요! 서술형 문제를 객관식으로 풀라고요?”

 해답이 없는 경제문제에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민주사회에 있어 바람직하다. 그 방향이 소득주도 성장이든 아니든 말이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의 토론은 촛불혁명을 거친 민주사회 안에서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다 함께 그 토론에 참여해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

  객관식으로 풀고 있는 장하성도 틀렸고 김동연도 틀렸고 여당, 야당, 언론도 다 틀렸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경제는 서술형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시민들의 충분한 논의가 오직 정답이다. 초라한 경제성적표의 해결책은 시민들의 민주적 토론에 있다. 그렇다. ‘시민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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