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준(역사교육18)

얼마 전 ‘이제 세월호 이야기는 좀 지겹지 않아?’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에게 세월호 참사는 작년에 일어난 것 같이 생생함에도 대중들에겐 그렇지 않은 듯하다. 2014년 4월 16일, 우연히 들른 교무실에서 목포 앞바다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어지는 뉴스에서 전원을 구조했다고 보도했고,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뉴스를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집 가는 길에 봤던 ‘한국병원’ 앞은 취재진 소리, 울음소리, 헬리콥터 소리로 가득 차 있었고, 그 날 응급실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 중에서도 응급차 침대에 누워 울던 아이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날, 172명의 피해자를 낸 날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안전할까? 나는 감히 아니라고 답하겠다. 끔찍한 참사가 일어난 후 우리는 ‘기억하겠다’라고 말했고,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노란 리본을 달고, 4월 16일만 되면 희생자 추모글이 SNS에 올라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안전불감증은 없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변화한 것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공교육 현장에서 매년 안전교육을 실시했고,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갈 때도 경찰관이 따라가는 등 재난에 매우 민감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허울 좋은 게살구와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에 분노한 이유 중 하나는 세월호가 자연재해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한낱 욕망 때문에 생명이란 존엄을 잃었음에 사회전체가 분노했다. 그 때문인지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해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허나 경계하고, 엄격해진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영흥도 낚시배 사건 등 인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계속 발생했다. 안전불감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잔존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세월호를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해석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나, 나에게 있어서 이 말은 그들의 희생만을 기억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안전불감증을 벗겨내는 것을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은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지만,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행위는 되지 못한다. 안전불감증을 없애 새로운 인명피해를 없애는 것이 진정으로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발생으로부터 약 5년이 흐른 지금 광화문에선 그들의 분양소가 없어졌다. 우리는 5년 전에도 그들을 ‘기억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갖 유언비어와 정치의 허물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재앙’이라는 진실은 어느새 가려졌고, 정치싸움은 국민들의 정서를 희석시켰다. 많은 것이 변화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국의 안전불감증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나는 ‘안전불감증’을 없애는 것이, 안전에 대해 항상 곤두선 시선을 보내 다시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5년 우리 사회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려 한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큰 추억을 남기러 간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린 단원고 학생들. 또 학비를 벌기 위해 일했던 이들, 자신의 꿈을 위해 일하던 이들, 가족들과 여행을 가던 이들, 차가운 물속에 잠겨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억하겠다. 더하여 나에게 선생님이란 길을 안내해준 우리대학 역사교육과 09학번 최혜정 선배님께 추모의 말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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